원숭이도 사람처럼 소리와 모양 연결해 연상했다

[지디넷코리아]

소리의 느낌과 시각적 형태를 연결시키는 ‘부바-키키 효과(Bouba-Kiki Effect)’를 원숭이에게 적용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고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랏이 최근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됐다.

부바-키키 효과는 1920년대 처음 제안된 언어기호학적 현상이다. 문화나 언어가 달라도 사람들은 부드러운 발음의 ‘부바(bouba)’를 들으면 둥근 모양을, 날카로운 발음의 ‘키키(kiki)’를 들으면 뾰족한 모양을 자연스럽게 연상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원숭이 역시 사람처럼 소리와 형태 사이의 연관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설정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Loconsole 외, bioRxiv, 2026)

싱가포르 국립대학과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공동 연구진은 싱가포르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원숭이 9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먼저 원숭이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먹이가 숨겨진 컵을 두 개 제시했다. 한 컵의 뚜껑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고, 다른 컵에는 둥근 부분과 뾰족한 부분이 결합된 일종의 ‘부바-키키 혼합’ 형태가 그려졌다. 이 단계에서는 어떠한 음성도 재생되지 않았다.

이후 본 실험에서는 부바-키키 효과 연구에서 자주 사용되는 둥근 모양과 뾰족한 모양의 뚜껑을 각각 씌운 컵 두 개를 원숭이 앞에 놓고, ‘부바’ 또는 ‘키키’라는 단어가 반복 재생되는 음성을 들려줬다.

부바 키키 실험에 사용되는 도형 (출처=(Andrew Dunn/Wikimedia Commons/CC BY-SA 3.0)

연구진은 “각 원숭이는 3개의 짧은 블록으로 나뉜 총 24회의 실험을 수행했으며, 둥근 모양과 뾰족한 모양의 위치, 그리고 ‘부바’와 ‘키키’ 음성의 재생 순서는 실험 간 균형을 이루도록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와 매우 유사했다. 대부분의 원숭이는 ‘부바’ 소리를 들었을 때 둥근 모양의 뚜껑을, ‘키키’ 소리를 들었을 때는 뾰족한 모양의 뚜껑을 선택했다.

연구진은 “‘부바’ 소리를 들은 원숭이가 둥근 모양을 선택할 확률은 ‘키키’ 소리를 들었을 때보다 약 6배 높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험 대상 수가 적고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만큼, 더 많은 개체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인간과 다른 영장류가 언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연상 능력의 일부를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적어도 일부 감각 간 대응 관계가 인간에게서만 새롭게 진화한 것이 아니라, 먼 공통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고대의 지각적 편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가설과 일치한다”며 “이제는 이 효과가 인간만의 특성인지 여부를 넘어, 척추동물 전반에 얼마나 널리 분포해 있는지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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