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전민영 인턴 기자 = 중동의 부유한 자산가들이 아들보다 딸에게 불리한 상속 규정을 완화하기 위해 영국법에 따라 유언장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걸프 국가 부유층 사이에서 샤리아법의 상속 규정을 우회해 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분배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법무법인 미시콘 드 레야의 파트너 찰리 소스나는 “샤리아의 정신은 존중하면서도 자산 승계와 상속을 원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특히 해외에 보유한 자산을 자녀들에게 보다 공평하게 나누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법은 유언의 자유 원칙에 따라 유언자가 재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남길지 폭넓게 결정할 수 있다. 반면 샤리아법은 친족별 상속 비율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며 일반적으로 딸은 아들이 받는 상속분의 절반을 받는다.
이 때문에 딸이 많거나 딸만 있는 가정일수록 영국식 유언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법무법인 위더스의 파트너 한나 웨일루는 “걸프 지역 가문들이 딸들의 재산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할지를 고민하는 사례를 자주 접한다”며 최근에는 보다 평등한 상속 방식을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자녀 세대의 세계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스나는 “다음 세대는 이전보다 서구적 가치관을 가진 경우가 많고 별거나 이혼 등 가족관계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법무법인 패러 앤드 코의 파트너 올리버 파이퍼는 샤리아 상속법을 영국식 유언장을 통해 일부 완화하는 방식을 샤리아 라이트라고 표현했다.
다만 모든 전문가가 이러한 방법의 실효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법상 해외에 주소지를 둔 사람이 보유한 해외 자산에는 해당 국가의 법률이 적용될 수 있어 분쟁이 발생하면 원하는 대로 상속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부유층은 특정 상속인에게 자산을 자유롭게 이전하기 위해 신탁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영국과 다른 법률 체계를 가진 저지섬에 설립되는 신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FT는 저지 금융서비스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2024년 저지섬 신탁의 비저지 고객 가운데 중동 고객 비중이 11.8%로 2020년보다 증가했다며 중동 부유층의 상속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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