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혈액이 누군가의 생명을 줄 수 있을 때 나누고 싶다"

[대구=뉴시스] 박준 기자 = “내 육신은 나이 들고 병들면 사용할 수 없는데 어차피 혈액은 다시 생기는 것이고 내 혈액이 사용돼 누군가에 생명을 줄 수 있는 상태일 때가 지금이라면 지금 나누고 싶다.”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서 헌혈 100회를 앞 둔 제해용(55)씨는 헌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일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제씨는 경북 119 특수대응단 119항공대 기장이다.

제씨의 기나긴 헌혈 여정은 올해로 36년째다. 1989년 입대를 앞두고 처음 헌혈을 시작했지만 사실 한동안 헌혈을 주기적으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특전사 군 복무 중 함께 근무하는 선배가 정기적으로 헌혈하며 봉사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조금이나마 동참하고 싶어 꾸준한 생명나눔을 시작하게 됐다.

제씨는 “지속적인 헌혈을 시작하도록 물꼬를 터 준 윤동호 선배는 곧 70세가 가까워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급식, 노인돕기 봉사 등을 하고 있다”며 “혈액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300회 이상 헌혈을 하는 모습은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 주위의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 그리고 윤 선배의 뜻을 조금이나마 같이 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제씨는 주기적인 헌혈봉사 외에도 헌혈증서도 기증해 오고 있다.

제씨는 “동료의 배우자가 급성 백혈병으로 힘든 시기에 헌혈증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딱한 상황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가지고 있던 헌혈증 30여장을 보냈다. 더 줄 수 없었던 마음이 더욱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제씨는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딱한 사연을 공유하고 동료들이 갖고 있는 헌혈증마저도 모두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제씨가 현재까지 헌혈에 투입한 시간은 7770분(129.5시간, 이동시간 제외)이다.

제씨의 정기적인 생명나눔에 영향을 받은 4명의 딸들도 혈액 조건이 되는 한 정기적으로 헌혈의집을 찾아 생명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제씨는 “헌혈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매우 안타깝다”며 “헌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지역사회 생명나눔 확산을 더욱 위축시키는 것 같다. 이런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나는 내 가족부터 시작한다. 더 나아가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도 함께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이 헌혈에 관해 물으면 나는 헌혈도 봉사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헌혈은 몸에 이상이 없고 건강할 때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봉사”라며 “나이 들고 건강이 좋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헌혈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헌혈에 참여한다면 한결 마음이 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경북혈액원의 이날 기준 혈액보유일수는 O형 3.1일, A형 3.6일, AB형 4.2일, B형 6.6일이다. 전체 혈액보유일수는 4.3일분으로 적정보유량인 5일 미만인 상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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