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책임지는 대신 미국이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강행한다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으며 이란의 협조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열려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뒤 통행료 징수 구상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은 이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리게 될 것이지만,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모든 선적 화물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보상받게 될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이 지역에 안전과 보안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전체 비용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 또는 보호료를 받겠다는 선언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그간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를 비난해온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태세 전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절차와 체계 구축을 즉시 시작하겠다”고 밝혔으나, 징수 방식이나 시점, 기준, 부과 주체 등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백악관 역시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아 구체적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실현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현실적인 요율을 제시했으며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다는 지적이다.
존 매코운 해양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CNN에 통상 화물 가치의 2~3%가 운송사에 수수료로 지급된다고 설명한 뒤, 20%는 화주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조선 선사 노르딕아메리칸탱커스의 헤르비온 한손 최고경영자도 CNBC에 20%라는 요율이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제에너지 특사 겸 조정관을 지낸 데이비드 골드윈은 “애초에 미국이 안전한 항해를 보장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며 “미국이 선박을 안전하게 호위하고 이란의 위협이 없음을 보장할 수 있었다면 지난 몇 주 동안 그런 조치가 취해졌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사실상 허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유엔 대사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그간 국제 해역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를 뒤집을 명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날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을 단순히 통과한다는 이유로 의무 통행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미국이 통행료 부과를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자 “그렇다. 보상을 받길 원한다. 우리는 세계에서 매우 부유한 지역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돈을 쓰고 있으니, 보호에 대해 보상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돕고 있는 국가들을 우리가 보호하는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한국과 일본 등 호르무즈 해협에 에너지 공급망을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도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의 약 80%, LNG의 약 90%가 아시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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