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장례식 4개월 만에 개시…중·러·중동 인사 집결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절차가 사망 약 4개월 만에 시작됐다.

이란 정부는 6일간 이어지는 대규모 추모 행사를 통해 후계 체제의 안정성과 국가 결속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뉴욕타임즈(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국영 언론이 3일(현지 시간) 공개한 사진에는 이란 정부 고위 인사와 외국 대표단, 종교 지도자, 민병대 관계자들이 하메네이의 관을 찾아 조문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조문객들은 기도하거나 눈물을 흘리며 애도를 표했다.

NYT는 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장례식을 취재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지정한 행사만 취재할 수 있었고, 모든 기자는 정부가 제공한 통역사와 안내원을 동행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의 관은 이란 국기로 덮였으며, 그가 생전에 착용했던 검은색 터번과 흑백 체크무늬 스카프가 올려졌다. 검은 터번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임을 상징하며, 스카프는 이란 바시지 민병대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례식은 하메네이가 생전 주요 연설을 했던 테헤란의 그랜드 모살라에서 시작됐다. 4일에는 하메네이의 관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며, 이후 일반인 조문이 진행되며, 6일에는 테헤란에서 대규모 장례 행렬이 열린다. 이어 그의 유해는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를 거쳐 고향인 이란 마슈하드에 안장될 예정이다.

테헤란 시내는 검은 현수막과 하메네이의 대형 초상화로 뒤덮였으며, 일부 홍보물에는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함께 있는 모습도 담겨 새 지도부 출범을 상징적으로 부각했다.

이번 장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약 4개월 동안 연기됐다. 이란 정부는 당시 안보 상황과 추가 공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안전한 장례 개최가 어려웠다고 설명해 왔다.

37년 넘게 최고지도자로 군림했던 하메네이는 반체제 인사 탄압과 경제난, 부패 문제 등으로 국내에서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를 국가적 영웅으로 기리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일부 이란 국민들은 경제난 속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장례 행사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지난 3월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이번 장례 행사 참석 여부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장례식에는 50개 이상의 외국 공식 대표단이 참석했다.

러시아에서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참석했고, 중국은 허웨이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을 파견했다.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사이드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도 참석했다. 이란 국영 ISNA 통신에 따르면무니르는 테헤란에서 추모식에 참석한 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를 만났다.

이 밖에 이라크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시아파 및 역내 국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와 레바논 헤즈볼라 관계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이란과 갈등 관계에 있는 세력들과 연결된 인사들까지 한자리에 모이면서 이번 장례식은 중동 역학 구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외교 무대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대규모로 치러진 것은 1989년 이후 37년 만이다. 당시 장례에는 약 1000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당국은 이번에도 테헤란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 규모가 1000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당국은 도심 교통을 통제하고 경찰과 보안 병력을 대폭 증강 배치했다.

주요 상점들도 문을 닫았으며, 자원봉사자들은 수십만 명의 조문객을 위해 생수와 음식 등을 준비하는 등 대규모 지원 체계를 가동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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