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정부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라면과 식용유 등 일부 가공식품 가격을 내렸던 식품업계가 다시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정부 압박과 소비자 반발이 여전한 만큼, 업체들은 공개적인 가격 인상보다는 할인폭과 품목을 줄이거나 판촉 축소 등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석 달 만에 음료 가격을 올렸는데, 하반기 식품업계 전반으로 가격 조정 움직임이 확산될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6일부터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밀키스, 칸타타, 핫식스 등 12개 브랜드 4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정부 주도로 일부 가공식품 가격 인하가 이뤄진 지 약 석 달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라면과 식용유 업체들은 지난 4월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낮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분·제당업계 담합 제재 이후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내려가자, 정부가 이를 라면과 식용유 등 가공식품 가격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압박한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기업들은 가격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일부 원재료 가격은 하락했지만 알루미늄·플라스틱·물류비 등 포장재와 부대비용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환율 변동과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품목별 원가 구조에 따라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가격을 내린 기업들도 내부적으로는 수익성 부담을 의식하고 있다. 가격 인하가 매출과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데다, 하반기에도 원가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하반기 추가 가격 조정 여부를 두고 눈치 보는 분위기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반발과 정부 압박을 피하기 어렵고, 가격을 묶어두면 수익성 악화를 감내해야 한다. 특히 라면과 식용유처럼 최근 가격을 내린 품목은 단기간에 다시 가격을 조정하기가 더 어렵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K푸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북미와 동남아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낮거나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원가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부담이 더 크다.
전체적인 가격 인상보다는 일부 할인폭을 조정 하거나 판촉 축소, 유통 채널별 가격 전략 변화 등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비자가격을 직접 올리는 방식은 부담이 큰 만큼, 할인을 줄이거나 일부 채널에서 판매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직 2분기 실적이 공시되기 전이라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사업에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가격을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 가격을 바꾸겠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반기 가공식품 가격 흐름은 품목별로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원재료 가격 하락 폭이 큰 품목은 가격 유지 압력이 이어지겠지만, 포장재와 물류비 비중이 높은 음료·제과·빙과 등은 추가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음료와 빙과류는 원부자재와 물류비 부담이 동시에 반영되는 품목이다.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가격 조정 여부에 따라 소비자 체감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식품업계가 단기간에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원가 추이와 경쟁사 움직임을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가격 정책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고 해서 바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정부와 소비자 눈치를 모두 볼 수밖에 없어 하반기에는 업체별로 조용한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