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인한 대규모 해고의 인한 사회•경제적 충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IT매체 테크크런치는 최근 미국 IT 업계에서 잇따르는 대규모 감원과 그에 따른 파장을 분석한 기사를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취업 지원업체 ‘챌린저, 그레이앤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기술업계 해고 건수는 4만 건에 육박한다. 이는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AI는 모든 산업에 걸쳐 3개월 연속으로 해고 사유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요인으로 나타났다.
다만 AI가 실제 해고의 주된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구조조정 책임을 AI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결제 서비스 기업 ‘블록’이다. 블록은 올해 초 전체 직원의 절반 가까이를 감원하며 비판을 받았다. 당시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는 감원이 회사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AI가 기업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팬데믹 기간 동안 과도한 인력 확충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결국 과잉 고용 상태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유명 벤처투자자 마크 앤드리슨도 최근 AI가 경영 실패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부분의 대기업은 과잉 인력 상태”라며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AI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 역시 관세 정책,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경기 불확실성 등이 기업들의 고용 축소를 유발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해고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AI 자산가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지난 달 AI 칩 제조사 세레브라스 시스템즈는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68% 급등하며 시가총액 약 6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공동 창업자인 앤드류 펠드먼과 션 리는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 기업공개(IPO)를 통해 시가총액 2조 1000억 달러 기업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일론 머스크는 사실상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스페이스X IPO를 통해 약 4400명의 백만장자와 400명의 억만장자가 새롭게 탄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AI 스타트업 앤트로픽과 오픈AI 역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AI 산업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고급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마이애미에서 1억 7000만 달러 규모 저택을 매입하며 지역 역사상 최고가 주택 거래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인 5월 메타는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8000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노동자들이 처한 경제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해 미국 직장인들이 부담하는 고용주 지원 건강보험료는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웃도는 6~7%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건강보험 비용은 2008년 이후 약 두 배로 증가했으며, 주택 중간가격은 2020년 초 이후 28%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역시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문제는 단순한 일자리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만 명의 노동자들은 해고와 생활비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반면, AI 산업 종사자들은 전례 없는 부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크런치는 이런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사회적 반발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금융위기는 월가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대출과 과도한 위험 추구에서 비롯됐지만, 정작 구제금융의 혜택은 금융권에 돌아갔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은 일자리와 주거를 잃었다. 이후 이러한 불만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으로 이어졌다.
현재 상황은 당시와는 다르다. 경제가 붕괴한 것도 아니고 기업들 역시 상당 수가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AI 기술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동시에 해고의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테크크런치는 “2008년의 분노가 ‘경제를 망친 사람들은 구제받고, 당신은 일자리를 잃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면, 이번에는 ‘당신들을 대체한 기술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해지고 있다’는 대중들의 인식이 사회적 갈등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