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오픈AI가 국내 기업용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챗GPT를 전사 업무 도구로 도입하기로 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챗GPT 엔터프라이즈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 흐름이 오픈AI 중심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임직원 약 8만5000명을 대상으로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 제미나이와 앤트로픽 클로드도 일부 부문에서 활용되지만, 전사 차원의 핵심 AI 업무 도구로는 챗GPT가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나섰다는 점에서 챗GPT는 국내 기업용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모양새다. 또 삼성전자가 그간 스마트폰 사업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 온 대표 기업이란 점에서도 이번 결정이 더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의 협력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모바일 전략에서 중요한 축으로 꼽혀 왔다”며 “이런 관계를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구글 제미나이를 일부 활용에 그치고 챗GPT를 전사 도입 모델로 택한 것은 기업용 AI 시장에서 오픈AI의 사용성과 업무 적합성이 높은 평가를 받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주요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부 테스트한 뒤 직원 선호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챗GPT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구글과의 협력 관계보다 실제 업무 활용성과 직원 만족도가 AI 도입 결정에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이 국내 대기업의 AI 도입 기준의 변화를 보여준 것으로 봤다. 기업용 AI는 모델 성능만으로 확산되기 어렵고 ▲임직원이 실제 업무에서 반복적으로 쓰고 ▲질문 의도를 잘 이해하며 ▲답변을 업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챗GPT가 삼성전자 직원 선호도 조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업무 활용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SK하이닉스도 챗GPT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2026 뉴 이천포럼’ 최고경영자(CEO) 타운홀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365와 코파일럿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챗GPT 엔터프라이즈의 사내 활용 가능성도 보안과 시스템 구조 측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혀 주목받았다.
또 곽 사장은 국가핵심기술과 관련 없는 영역부터 외부 AI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활용 범위를 확대할 것이란 계획을 드러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보안 우려 등으로 오픈소스 기반 사내 AI 서비스를 운영해 왔지만, 최신 외부 AI 모델과 비교해 성능과 사용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SK그룹은 챗GPT 도입을 위한 협력 채널도 확보했다. SK AX가 지난달 오픈AI와 엔터프라이즈 AI 사업 협력을 위한 서비스 파트너 계약을 맺으면서 SK하이닉스가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을 검토할 수 있는 그룹 차원의 도입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동시에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라며 “보안과 기밀 관리에 민감한 이들 기업이 챗GPT를 전사 도입하거나 도입 검토에 들어가면서 국내 기업용 AI 시장 확산에도 속도가 붙을 듯 하다”고 전망했다.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의 오픈AI 협력도 챗GPT 확산 기반으로 꼽힌다. 삼성SDS는 지난해 오픈AI와 챗GPT 엔터프라이즈 리셀러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챗GPT 에듀 리셀러 권한까지 확보했다. LG CNS도 오픈AI 리셀러 파트너와 엔터프라이즈 AI 서비스 구현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SK AX까지 합류하면서 삼성·LG·SK 주요 IT서비스 기업이 모두 오픈AI 기반 기업 AI 전환(AX) 사업에 뛰어든 구도가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 LG CNS, SK AX가 모두 오픈AI와 협력하면서 국내 대기업 그룹 내부로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확산시킬 수 있는 채널이 갖춰졌다”며 “삼성전자 전사 도입과 SK하이닉스 검토는 단일 기업 선택을 넘어 그룹 IT서비스 체계와 연결된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챗GPT 확산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도입 속도는 계열사별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LG가 자체 초거대 AI ‘엑사원’과 챗엑사원 활용 기반을 갖추고 있어서다. ‘엑사원’은 삼성전자 ‘가우스’, SK텔레콤 ‘에이닷엑스’ 등 다른 그룹 자체 AI 챗봇과 비교해 성능과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 탓에 LG가 삼성, SK에 비해 외부 AI 도입에 좀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 CNS가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와 협력하며 멀티 AI 선택지를 확보한 것은 맞지만 LG그룹은 자체 AI인 엑사원 활용 의지도 강하다”며 “챗GPT를 검토할 수는 있어도 그룹 전반 확산은 업무 목적과 자체 AI 전략을 함께 고려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챗GPT 도입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서울대는 챗GPT를 약 4만7000명 규모의 전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산업계 대표 기업에 이어 국내 대표 연구·교육 기관까지 챗GPT 활용에 나서면서 오픈AI의 국내 B2B 시장 확장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국내 기업용 AI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은 최근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앞세워 기존 구글 워크스페이스 고객 기반을 공략하고 있고, 앤트로픽은 최근 최기영 한국 지사장을 선임해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를 앞세워 국내 B2B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코파일럿을 MS 365와 결합해 기업 업무 환경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적극 나선 모습이다.
이 중 오픈AI는 대기업과 대학, IT서비스 파트너망을 동시에 확보하며 국내 기업용 AI 시장에서 초기 주도권을 빠르게 넓힌 모양새다. 다만 기업용 AI 시장의 승부는 실제 업무 적용 과정에서 갈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 기준이 높은 기업들이 챗GPT를 도입하거나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장 확산의 중요한 계기”라며 “기업용 AI 경쟁은 모델 성능뿐 아니라 보안, 업무 맥락, 비용, 조직 확산 속도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