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지표 가른 양산성 확보…장부 엇갈린 K-AI 반도체

[지디넷코리아]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업계의 연구개발(R&D) 지표가 양산 진입 여부를 기점으로 뚜렷하게 양분되고 있다. 차세대 칩 설계와 시제품 제작을 위해 단일 연도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며 기술 확보에 집중한 기업이 있는 반면, 주력 제품이 양산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장부상 R&D 비용이 감소하는 회계적 현상을 보이는 기업도 나타났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주요 AI 반도체 4개사의 2025년도 연결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리벨리온과 하이퍼엑셀은 대규모 경상연구개발비를 집행하며 신규 칩 설계에 집중했다.

반면 퓨리오사AI와 딥엑스는 제품 상용화에 따라 장부상 R&D 지출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를 개발 동력의 약화가 아닌, 칩 개발 주기가 연구에서 제조 및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면서 관련 비용의 성격이 변한 결과로 분석한다.

박성현 리벨리온 CEO.(사진=리벨리온)

리벨리온은 지난해 판관비 내 경상연구개발비로 1198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2024년(817억원) 대비 약 46.6% 증가한 수치로,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매출액(320억원)의 3.7배(약 374%)에 달하는 자금을 R&D에 쏟아부었다.

이 같은 대규모 지출은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 개발에 자산이 집중된 결과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선단 공정 IP(설계자산) 확보와 시제품 제작 비용, 글로벌 설계 인력 유지를 위한 인건비 등이 반영됐다. 영업손실 규모가 커지더라도 차세대 하드웨어 기술 격차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이퍼엑셀 역시 R&D 투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42억2000만원의 경상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LLM(대규모언어모델) 특화 가속기 시장 선점을 위해 초기 칩셋 설계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인건비 지출을 늘리며 초기 기술 확보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진원 하이퍼엑셀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인력을 계속해서 충원함에 따라 연구개발비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퓨리오사AI의 지난해 경상연구개발비는 362억원으로, 2024년(563억원) 대비 약 35.7% 감소했다. 장부상 수치로는 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2세대 제품인 ‘레니게이드(RNGD)’의 개발 주기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대량 양산(MP) 단계에 진입한 데 따른 변화다.

연구 단계에서 발생하던 시제품 제작 및 테스트 비용이 제품 상용화와 함께 ‘매출원가’ 영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퓨리오사AI는 레니게이드의 양산 안착과 동시에 곧바로 3세대 제품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며, 새로운 R&D 사이클이 시작됨에 따라 향후 관련 비용은 다시 증가할 전망이다.

퓨리오사AI 관계자는 “개발이 끝나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면서 관련 비용이 매출원가로 잡히다 보니, 작년 대비 연구개발비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는 3세대 칩과 관련해 또다시 상당한 연구개발비가 잡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엣지 AI 분야에 주력하는 딥엑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딥엑스의 지난해 경상연구개발비는 82억원으로 집계됐다. 1세대 칩인 ‘DX-M1’의 개발이 완료돼 글로벌 유통망을 통한 공급 체제로 전환되면서, 기존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이 매출원가로 편입된 영향이 크다.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칩 제조 및 초기 공급과 관련된 비용으로 회계 처리가 전환된 것이다.

각 사의 장부상 R&D 지표는 엇갈렸지만, 업계가 주목하는 관전 포인트는 칩 상용화 이후 맞닥뜨릴 수익성 검증이다. 연구개발비가 매출원가로 전환된다는 것은, 팹리스가 만든 칩이 실질적인 재고와 원가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재무 리스크로 돌아오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실제 시장에서 이윤을 남기고 제품을 팔 수 있는 양산 효율을 증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AI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시장의 기대만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양산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실제 칩이 양산된 뒤부터는 재고 관리, 원가 절감 등 경영 능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요소는 IPO(기업공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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