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지훈 하지현 한은진 기자 = 여야가 7일 국회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26조원 규모의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쟁의 불확실성과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목적에 맞지 않는 예산이 편성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안 심사에 착수했다.
이번 추경안에는 ▲고유가 부담 완화(10조1000억원) ▲민생 안정(2조8000억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2조6000억원) ▲지방재정 보강(9조7000억원) ▲국채 상환(1조원) 등이 담겼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민생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지금이 위기 파고를 넘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지금 시기를 놓치면 팬더멘털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추경안 시정 연설에서 ‘위기’라는 단어만 28번 반복했다”며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중동 전쟁의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재정이 마중물이 돼 민생경제의 방파제를 세우고 혈맥을 뚫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현정 의원도 전세사기 피해자 보증금 지원 항목을 거론하며 “보증금 피해로 주거 기반을 잃은 피해자들이 고유가, 고물가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임차보증금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역대 정부 통틀어서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문화관광 지원 예산 편성을 문제삼는 데 대해선 “(경제가 어려우면) 국민이 가장 먼저 줄이는 소비가 영화, 관광, 숙박, 문화 소비”라며 “정부가 취약 산업을 지원하고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3892억 가량을 편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 역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야당에서 이번 추경을 두고 지방선거 대비 매표용 추경이라고 날 선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이 추경이 선거용으로 보이느냐”고 물었다. 박 장관은 이에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22년 5월 지방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5월 13일 당시 윤석열 정부가 초과세수 53조로 만든 59조4000억원짜리 역대급 규모 추경안을 국회로 제출했었다”며 “4년 전 그때 온 국민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받던 시기여서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분들 피해가 심각했다”고 했다.
같은당 박희승 의원은 “국민의힘은 추경 일정 합의 이후에도 선거추경이니 전쟁(핑계) 추경이니 비난하고 있다”라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정쟁에 휘말리는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은 아니죠”라고 말했다.
김남근 의원은 독립영화 지원 예산 등에 대해 “경기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문화 소비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문화산업 자체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라며 “그런 점에서 재정이 투입돼 문화산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쓰는데 선거용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반면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당장 지방선거 표심을 얻기 위해 이렇게 얼마 안 되는 돈을 나눠줘야겠나”라며 “미래세대의 빚을 우리가 다시 늘리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근본 대책 없는 예산 낭비, 빚 떠넘기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동의 에너지 위기로 시작된 추경의 우선순위는 에너지 대책이 돼야 한다”며 “원유가 막히면 반도체도 막힌다. 카타르산 헬륨에 비상이 걸리면 반도체 핵심 소재가 수급이 안 된다”고 덧븉였다.
같은 당 조지연 의원은 “이번 정부 추경안을 보면 잘 쓴다는 생각보다 막 쓴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세청 체납관리단, 영화산업 제작 지원 등 예산은 과감하게 전액 삭감하고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운송업자와 농어민들을 우선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대해 17개 시도의 모든 지자체가 20%의 지방세를 부담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며 “지방교부세를 내려줬다고 (지원금의) 20%를 매칭하는 건 부담을 너무 많이 주는 것”이라고 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대상 지역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 “지방 선거용으로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농업용 유류나 무기질 비료 등 실제 농민들이 농사짓는 데 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해서는 “우리 배가 안에 묶여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안 한 게 정상적인 국가인가”라며 “통행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해군을 투입하는 건 국제법에 저촉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정점식 의원은 “고유가 피해와 관련 없는 예산도 많이 들어 있는데 정작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농민들을 위한 농업용 면세유는 78억원”이라고 했다. 또 “여객선은 섬 주민의 필수 교통수단이자 생필품을 나르는 핵심 인프라”라며 “여객선 유가 연동 보조금 106억원, 연안 유류비 보조 638억원은 추경에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 짐 캐리’ 사업 지원 예산도 도마에 올랐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이번 추경에 중국인 관광객 짐을 캐리해주는 짐 캐리 서비스 예산이 들어가 있다”라며 “2026년도 본예산에서 감액된 사업인데 추경에 658%, 300억원 증액해 넣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렇게 쓸 예산이 있다면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화물차 운전자, 택배기사, 라이더들한테 써야 한다”고 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문체위에서 여야가 감액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합당한 절차로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kime@newsis.com, judyha@newsis.com, gold@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