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축복의 의례였던 결혼식이 한 남녀의 새로운 시작이 아닌, 과시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비교와 경쟁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결혼 산업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노출되는 모습은 소비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 SNS에 편집돼 게시된 ‘완벽한 결혼식’은 주객이 전도된 결혼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소연 작가의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돌고래)은 감소하는 감소하는 혼인율과 달리 가파르게 성장하는 결혼 산업에 주목한다. 혼인율은 줄어드는데도 결혼식 비용은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그날을 위해 마찬가지로 인생에 한 번뿐인 다른 날들을 기꺼이 희생하고 소모하며, 오로지 그날 하루만을 위해 1년여 간의 소비 이어달리기가 시작된다.” (‘프롤로그’ 중)
저자는 이를 “축복의 의례에서 전시와 비교의 장이 된 결혼식”이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자신의 결혼식을 앞두고 방대한 소비 리스트를 마주한다. 한 남녀의 새 출발을 축복하는 자리에서 왜 이토록 많은 소비가 뒤따르는지 의문을 품는다.
“우리는 좁디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모두 같은 모양의 열쇠를 얻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한다. 결혼을 위한 프러포즈, 프러포즈를 위한 대행업체 계약, 상견례용 원피스 구매, 예물·예단 리스트는 시작일 뿐이다.” (‘결혼 준비의 풍경들’ 중)
책은 결혼식을 준비해 본 사람들과 웨딩 업계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의 결혼식 문화를 분석한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결혼식뿐 아니라 준비 과정의 풍경에도 주목한다. 꼭 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필수 코스’처럼 자리 잡은 브라이덜 샤워부터 청첩장 모임까지 현재의 결혼 문화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SNS에서 #브라이덜샤워를 검색하면 140만 개(2026년 2월 기준)의 게시물이 노출된다고 한다. 프러포즈가 ‘능력 있는 남편’의 기준이라면, 브라이덜 샤워는 주변 친구들의 능력을 가늠하는 문화로 읽힌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아울러 저자는 청첩장 모임이 결혼식에 와주는 손님을 대접하는 순기능이 있다면서도, 동시에 예비부부가 거대한 웨딩 시장의 소비자가 되는 구조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를 “참 아름답고도 잔혹한 초대”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나다운 결혼식’을 하라고 조언한다. 소비주의와 완벽주의, 결혼식에 뒤따르는 폐해를 인지하고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결혼식을 정의하고, 이에 맞는 리스트를 작성하며 획일화된 ‘공장형 결혼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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