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서영은 인턴 기자 =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배경지로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며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를 겪어온 가마쿠라가 최근 한국 드라마 촬영지로 다시 주목받으면서 지역 사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31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의 한 주택가 건널목에 해외 관광객이 몰려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가마쿠라에 다시 인파가 몰린 것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영향이다.
배우 김선호와 고윤정, 일본 배우 후쿠시 소타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가마쿠라 일대를 배경으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특히 극 중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 장면이 촬영된 에노시마 전철(에노덴)의 작은 건널목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다 열차가 지나간 뒤 주인공이 사라지는 연출이 팬들 사이에서 ‘인증샷’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SNS 필수 코스로 급부상한 것이다.
다만 해당 장소가 관광지가 아닌 조용한 주택가라는 점이 문제다. 차량 한 대가 지나기에도 좁은 도로지만, 관광객들이 삼각대를 세우고 장시간 촬영을 이어가면서 통행 마비는 물론 주민 사유지에 무단 침입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일상적인 생활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현장에 설치된 ‘사진 촬영 금지’ 안내판도 무색해진 모양새다.
상황이 악화되자 가마쿠라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지난 27일부터 주민들에게 한국어·영어·일본어 3개 국어로 제작된 ‘사유지 내 촬영 및 출입 금지’ 안내문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또한 드라마 제작 지원 업체에 주민들의 고충을 전달하고, 향후 관광객 분산을 위한 실질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가마쿠라는 이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성지로 불리는 가마쿠라코코마에역 앞 철길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기존의 ‘슬램덩크 철길’에 이어 이번엔 일반 거주지 내 건널목까지 관광객이 모이며 도시 전체가 ‘관광 공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전문가들은 일반 거주지가 촬영지로 활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관광학 전문가인 사타케 요시히로 성서국제대학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촬영 단계부터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고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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