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트럼프에 이란戰 계속해라 촉구…지상전도 찬성”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미국에 이란과 전쟁을 지속할 것을 촉구했다고 2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이 지금 물러날 경우 걸프 지역은 이란의 공격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주 모함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번 작전이 중동을 재편할 역사적인 기회라고 주장했다고 NYT는 사안에 정통한 여러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미국이 이란의 강경파 정권을 붕괴시키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이 걸프 지역에 장기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는 현 정부를 제거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상 작전도 옹호했다. 미국이 이란에 병력을 파견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장악하고 이란 정부를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은 이란 석유 수출의 하르그섬 점령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육군 공수부대 투입이나 해병대 상륙 작전 등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했으나, 빈 살만 왕세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때때로 종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여기자, 종전은 ‘실수’라며 미국의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도 압박했다.

다만 사우디 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가 전쟁 장기화를 부추겼다는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사우디는 중동 사태가 시작되기 전부터 평화적 해결을 항상 지지해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으며 우리의 약속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우리 국민, 민간 인프라를 향한 매일 같은 공격에 스스로 방어하는 것”이라며 “이란은 외교적 해결책 대신에 위험한 벼랑 끝 전술을 택했다. 이는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해를 끼치지만, 특히 이란에 가장 큰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NYT의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사적인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NYT는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존중을 받고 있으며, 이전에도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아마 전쟁을 피하는 것을 선호했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물러날 경우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이 더욱 대담해진 이란에 홀로 상대해야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의 걸프 및 아라비아 반도 프로젝트 책임자 야스민 파루크는 “사우디 관리들은 종전을 분명히 원하지만, 어떻게 전쟁이 끝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종전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내분이 격화돼 공격 능력만 약화되면 승리로 보고 있다. 반면 사우디는 이란 정권이 무너지더라도 군부 세력이나 민병대가 세력을 장악해 자국, 특히 석유 시설을 표적 삼아 계속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우디는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정유 시설, 미국 대사관 등이 피해를 입었으며, 요격된 미사일 파편에 맞아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민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의 외국인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주 파이살 빈 파르한 알시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즉각적인 종전 혹은 장기전 가운데 어떤 것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사우디와 인접 국가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중단시키는 것이 유일한 관심사”라며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공격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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