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약물 부작용이 전혀 없어, 가임기 여성도 사용 가능한 펩타이드 탈모치료 물질이 세계 처음 개발됐다. 발모효과가 미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미녹시딜과 동등하다는 비교 결과도 얻었다.
DGIST는 문제일·김소연 교수와 이창훈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 연구팀이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해 기존 약물 부작용 없이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신규 펩타이드(MLPH)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경북대학교 성영관 의과대학 교수와 곽미희 박사(논문 제1저자) 연구팀이 공동 연구했다. 연구 결과는 약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디신앤 파마코테라피’에 게재됐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탈모 치료제는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뿐이다. 하지만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은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고, 먹는 약인 피나스테리드는 남성 호르몬을 조절하는 방식이어서 성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는 사용을 제한한다.
학계에서는 조혈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이 모낭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발모를 촉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를 체내에 투여할 경우, 적혈구가 과다 생성되는 부작용이 생겨 실제 의약품으로는 활용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 기반 설계 기법을 도입했다. 첨단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EPO 단백질 구조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부분은 제외하고, 모낭 세포 수용체와 결합, 발모를 유도하는 핵심 부위만 정밀하게 추출하고 최적화하는 방법으로 ‘MLPH’라는 새로운 펩타이드를 독자 설계했다.
연구팀이 인간 모낭 조직과 쥐를 이용한 생체 실험 결과 MLPH 펩타이드가 모발 성장 핵심 인자(IGF-1) 분비를 크게 늘리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쥐에게 MLPH를 투여한 결과, 털의 성장이 멈춘 휴지기를 모발이 자라는 성장기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켜 기존 치료제인 미녹시딜과 동등한 수준의 우수한 발모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곽미희 박사는 “MLPH는 모낭 내 유두세포에 발현된 수용체(EPOR)를 직접 표적, 발모 인자를 분비하게 만드는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메커니즘을 가진다”며 “특히 원형 호르몬인 EPO가 유발하던 치명적인 ‘조혈 부작용(적혈구 과다 증식)’을 단백질 공학적 구조 최적화를 통해 완벽히 분리해 냈다”고 설명했다.
우려했던 적혈구 증가 등 조혈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 세계 탈모 인구는 약 10억 명(국내 약 1,000만 명)에 이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탈모 치료 시장 규모는 2028년 약 5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개발된 원천 기술은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혁신 신약 개발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MLPH 펩타이드는 기존 의약품이 지닌 호르몬 부작용이나 성별 제한을 극복할 수 있는 안전한 기전 중심적 치료 물질”이라며, “58조 원 규모의 글로벌 탈모 시장에서 획기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 교수는 “실용화를 위해서는 인간의 두피를 효율적으로 뚫고 모낭 깊숙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제형 및 약물전달시스템(DDS) 최적화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남성형 탈모, 원형 탈모 등 다양한 탈모 질환 모델에서의 추가 효능 검증을 거쳐 임상시험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