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 튜토리얼 끝내고 본 게임 시작…’레벨업’ 세이브 포인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기어코 시작된 이 세계의 첫 번째 레벨업.

그룹 ‘아일릿(ILLIT)’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옛 핸드볼경기장)에서 펼친 첫 번째 단독 콘서트 ‘프레스 스타트♥︎(PRESS START♥︎)’는 단순한 공연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디지털 세계의 픽셀로 존재하던 가능성들이 물리적 실체를 얻어 팬들과 충돌하는, 하나의 거대한 ‘현행화’의 장이었다.

◆’러키 걸’은 후광이 아닌 ‘믿음’으로 완성된다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으로 포문을 연 공연은 싱글 ‘낫 큐트 애니모어(NOT CUTE ANYMORE)’를 거쳐 ‘러키 걸 신드롬(Lucky Girl Syndrome)’에서 절정에 달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하이브 후광’이라는 시선은 무대 위 윤아, 민주, 모카, 원희, 이로하의 땀방울 앞에서 힘을 잃는다. “내 자신을 믿는 것”(‘러키 걸 신드롬)이라는 가사를 내뱉는 멤버들의 눈빛은 그것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존적 선언임을 웅변한다.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믿음으로써 비로소 행운을 끌어당기는 자석(Magnetic)이 된다는 역설. 그 수긍의 과정이 오프라인 무대에서 비로소 완성됐다.

스마트폰 화면 속 숏폼 콘텐츠로 소비되던 아일릿의 매력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그 부피를 확장했다. 짧은 초 단위의 감각이 모여 긴 호흡의 서사가 되고, 관객들은 그 서사 안에서 각자의 ‘로그(Log)’를 남긴다.
◆20대 여성의 공명…’현재의 감각’을 대변하다

이번 공연의 예매 수치는 흥미로운 지점을 시사한다. 티켓 예매처 놀(Nol)에 따르면 해당 공연 예매 성비는 여성이 70.7%, 남성이 29.3%다.

특히 20대 여성 관객 비중이 59.2%에 달했다. 이는 아일릿이 단순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감각과 미학적 취향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들이 왜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지를 증거한다.

픽셀 아트, 마법 소녀, 그리고 RPG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콘서트의 비주얼 모티프는 아일릿의 성장 서사에 영리한 방점을 찍는다. 가상 세계의 문법을 차용하면서도 그 안에서 꿈틀대는 감정의 파동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완성형’보다 찬란한 ‘가능성’의 미학

신인 그룹에게 흔히 요구되는 ‘완성도’의 압박 속에서도 아일릿은 오히려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개 방식을 택했다. 이는 공연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기묘한 안정감을 선사한다.

오는 25일 데뷔 2주년을 맞는 아일릿의 무대는 팬들에게 ‘이해’받기를 기다리는 미완의 문장들과 같다. 그들의 서사는 닫힌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엔딩 크레디트가 아니라, 다음 레벨로 도약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세이브 포인트’처럼 느껴진다.

전 세계 7개 도시 투어의 서막을 알린 이번 서울 공연은 아일릿이라는 게임이 이제 막 튜토리얼을 끝내고 본격적인 퀘스트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들의 다음 스테이지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들이 여전히 ‘무엇이든 될 수 있는(I’LL-IT)’ 상태로 우리 곁에 서 있기 때문이다.

아일릿은 15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다. 이번 투어는 국내외 7개 도시에서 총 14회 열린다. 서울 공연에 이어 6월 13~14일 아이치, 20~21일 오사카, 29~30일 후쿠오카, 7월 18~19일 효고, 23일과 25~26일 도쿄를 순회한 뒤 8월22일 홍콩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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