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산 큰손’ 폴란드, EU 무기 대출 두고 내홍…대통령, 거부권 예고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폴란드 대통령과 총리가 유럽연합(EU)의 무기 공동조달 대출 지원 프로그램 ‘유럽안보지원행동(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 집행 법안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SAFE는 EU가 회원국의 방위 산업 강화와 무기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저리 대출 프로그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한국산 무기를 대거 수입하는 등 군 현대화에 속도를 내온 폴란드는 SAFE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폴란드를 장기 채무와 환율 위험에 노출시킬 것이라면서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도널드 투스크 총리는 반역 행위라며 우회로 찾기에 나섰다. 외신들은 SAFE가 정치적 현안이 된 유일한 국가라면서 양측이 오는 2027년 총선을 앞두고 주도권 싸움에 돌입했다고 타전했다.

12일(현지시간) 유로뉴스와 폴리티코 유럽 등에 따르면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오후 SAFE 할당액 437억유로(약 74조9500억원) 집행 방식을 규정한 정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로츠키 대통령은 “SAFE는 45년간 대규모 외화를 빌리는 방식이다. (이자) 비용만 1800억 즈워티(약 76조21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며 “폴란드는 차관 원금과 맞먹는 금액을 이자로 갚아야 한다. 서방 은행과 금융기관만 이익을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AFE는 ‘조건부 원칙’에 따라 EU가 임의로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며 “폴란드의 안보는 다른 곳에서 내려진 결정에 의존할 수 없다. 주권과 경제, 안보를 해치는 법안에 결코 서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SAFE 자금은 EU 방산업체에 지출해야 해 미국과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국립은행 NBP가 보유한 금 550t과 외화 자산에서 발생한 미실현 이익을 활용해 무기 구입 자금을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NBP 총재는 최근 금 가치 상승에 따른 미실현 이익이 1970억 즈워티에 달한다면서 일부를 국방비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AFE 자금을 군 현대화에 활용할 예정이던 투스크 총리는 같은날 소셜미디어 엑스(X·엑스)에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애국자처럼 행동할 기회를 놓쳤다.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투스크 총리와 각료들은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금과 외화 활용 방안에 대해 “매우 투기적이다. ‘재정 안정의 수호자’인 중앙은행의 역할과 상충된다”고 반대한 바 있다. 투스크 내각은 “SAFE 자금 대부분이 폴란드 제조업체로 유입돼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투스크 총리는 13일 오전 특별 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의회에서 대통령을 거부권을 재투표로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3분의 2)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외무장관은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군의 현대화를 방해하고 있다”며 모든 무기에 대통령이 지원을 거부했다는 명판을 붙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군부는 앞서 SAFE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EU가 폴란드에 할당한 SAFE 금액은 유지된다. 다만 국내법으로 집행 방식을 규정하지 못하면 자금 활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다음해 총선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국방 분야 충돌로 번졌다고 해석했다.

브로츠키 대통령은 보수 성향 법과정의당(PiS)의 지원을 받아 집권했고 투스크 총리는 친EU 성향 시민연합을 이끄는 중도 진영 지도자다. 폴란드는 대통령이 외교·안보 발언권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하고 총리는 행정부와 경제 정책을 관장하는 이원 권력 구조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