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수행한 우주선과 소행성 충돌 실험 때문에 해당 소행성의 위치뿐 아니라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 궤도까지 변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주과학 매체 스페이스닷컴은 과학자들이 2022년 9월 NASA의 ‘쌍소행성 궤도 수정 실험(DART)’과 관련한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 논문은 지난 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라힐 마카디아 미국 일리노이대학(UIUC) 교수는 “쌍성계의 궤도 속도 변화는 초당 약 11.7마이크로미터(㎛), 즉 시간당 약 1.7인치 수준”이라며 “이처럼 매우 작은 운동 변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구에 위험한 천체가 실제로 충돌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ASA의 DART 프로젝트는 우주선을 소행성에 의도적으로 충돌시켜 궤도를 변경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다. 이를 통해 비슷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 궤도에 들어설 경우 방어 가능성이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2022년 9월 DART 우주선은 초속 6.6㎞의 속도로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충돌했다. 이 충돌로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는 11시간 55분에서 11시간 23분으로 약 32분 단축됐다. 당초 목표가 공전 주기를 최소 73초 줄이는 것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험은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마카디아와 스티브 체슬리가 주도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DART의 충돌 효과는 단순한 충격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디모르포스가 충돌 과정에서 우주로 방출한 파편 구름이 추가적인 추진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파편이 자체적인 운동량을 가진 채 소행성에서 멀어지면서 디모르포스에 추가 추진력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운동량 증폭 계수’라고 부르는데, 디모르포스의 경우 이 값이 약 2로 나타났다. 이는 파편 방출로 인해 우주선 단독 충돌보다 약 두 배의 힘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디모르포스와 그 모소행성인 ‘디디모스’는 중력으로 연결된 쌍성계다. 연구진은 이번 충돌로 발생한 추가적인 힘이 두 천체 모두의 태양 공전 궤도에도 영향을 미쳐 공전 주기가 약 0.15초 변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지구로 향할 수 있는 위험 소행성을 미리 밀어내는 데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 세계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관측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레이더와 지상 관측 자료뿐 아니라 ‘항성 엄폐’ 현상을 활용해 두 소행성의 궤도 변화를 분석했다. 항성 엄폐는 소행성이 특정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잠시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소행성의 모양과 크기, 위치, 궤적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항성 엄폐는 매우 좁은 지역에서만 관측할 수 있어서 쉽게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2022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디디모스-디모르포스 쌍성계의 항성 엄폐 현상 22회를 관측하기 위해 전 세계 49명의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참여했다.
스티브 체슬리는 “수년간의 지상 관측 자료와 이러한 항성 엄폐 관측을 결합한 데이터는 DART가 디디모스의 궤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계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전 세계 수십 명의 자원봉사 관측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궤도 변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소행성의 밀도도 계산했다. 디디모스의 밀도는 ㎥당 약 2600㎏으로 나타난 반면, 디모르포스는 ㎥당 약 1540㎏으로 예상보다 낮았다. 이는 디모르포스가 단단한 암석이 아니라 여러 파편이 느슨하게 뭉쳐진 ‘파편 더미’ 형태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디모르포스가 과거 디디모스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로 형성됐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NASA는 2027년 9월 이후 지구 근처를 지나가는 미발견 소행성을 탐색하기 위해 새로운 우주망원경 ‘네오 서베이어’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 임무는 잠재적으로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근지구 소행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