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자국의 정치 상황을 비판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패배자’라는 비난을 받은 미국의 스키 선수가 완벽한 경기 후 세리머니로 대응했다.
헌터 헤스(미국)는 20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프리스키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85.00점을 받아 5위에 올랐다.
1, 2차 시기 모두 큰 실수 없이 고득점을 획득한 그는 12위까지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무난하게 손에 쥐었다.
이날 헤스는 결과만큼이나 그의 세리머니로도 주목받았다.
헤스는 1차 시기를 마치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양손으로 ‘L’을 표현했다. 그는 점수를 기다리며 또 한 번 왼손을 이마에 올려 L자 모양을 만들었고, 이를 오른손으로 가리켜 강조했다.
이는 대회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진정한 패배자(Real Loser)”라고 공개 저격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그리고 이날 그는 “아무래도 나는 패배자인 것 같다”고 말하며 세리머니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헤스는 이번 대회 초반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연방 요원의 총격 사건 등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이민 집행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미국을 대표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그는 “그것이 내가 가진 도덕적 신념과 일치한다면 나는 그것을 대표한다고 느낀다. 다만 성조기를 달고 있고 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소신을 드러낸 바 있다.
그의 발언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
헤스의 발언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스키 대표 헌터 헤스가 이번 올림픽에서 국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표팀에 선발되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선수를 응원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와 동시에 헤스는 올림픽 시작과 동시에 대형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고, 그의 가족들도 혐오와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경기 후 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비난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털어놨다.
이날 헤스는 “많은 혐오가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고, 나는 그것을 존중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영향을 크게 받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2주였다. 외부 공격이 정말 컸고, 그런 비난을 받아본 것도 처음이었다. 다행히 가족들이 옆에서 도와줘서 버틸 수 있었다. 또한 언제나처럼 스키가 내 인생을 구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발언을 사람들이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기쁘고, 미국을 사랑한다.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나는 미국을 대표해 최대한 오래 스키를 타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헤스는 “나는 미국을 사랑한다. 가족들도 모두 미국에 살고 있고, 미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나선다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내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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