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불가측성을 반영하는 ‘경제불확실성지수'(EPU)가 3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관세 압박이 재부각되고, 대내적으로는 환율·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정책 환경 전반의 긴장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1월 경제불확실성지수, 전월比 37.9% 오른 161.62…3개월만 상승 전환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불확실성지수(EPU)는 전월(117.16) 대비 37.9% 오른 161.62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의 상승 전환이다.
EPU는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실시간 계량화한 지표다. 통상 정치적 혼란과 정책 불투명성, 대외 불확실성 등이 겹칠 때 수치가 높아진다.
2024년 12월 계엄사태 등으로 역대 최고치(472.29)를 찍었던 이 지수는 지난해 4월까지 탄핵 정국과 미국 상호관세 유예 등이 이어지며 등락을 반복했고, 그해 5월(267.78)부터는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미 투자 ‘선불’ 압박 등의 영향으로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고, 이후 11월과 12월에는 대미 투자 특별법 발의로 통상 갈등 완화 기대가 형성되며 다시 하락 흐름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달에 다시 상승 전환한 것은 미국의 관세 압박 재부각과 국내 환율·부동산 정책 불확실성 등 대내외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發 관세 불확실성 재부각…비관세 협상까지 ‘전선 확대’
앞서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재인상(15→25%) 가능성 언급 이후 통상 환경 전반의 긴장도가 다시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여당이 대표 발의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등 통상·외교 수장들을 미국에 급파해 입법 지연 상황과 대미 투자 이행 계획 등을 설명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측이 비(非)관세 장벽 해소를 추가 조건으로 내세우며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못했다.
실제 워싱턴 DC에서 미국 무역 수장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 조 장관은 지난 9일 “미국이 비관세 장벽 관련 협상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 관세를 올려 무역 적자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통상 갈등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이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우라늄 농축 등 안보 협의 사안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통상 현안을 지렛대로 삼아 안보 협의 사안까지 연계하려는 신호를 보일 경우 협상 범위와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며 “대미 입법 지연과 비관세 협의 문제를 조속히 관리하지 못하면 관세 리스크가 실물경제는 물론 한미 전략 협력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 변동률↑…정책효과 의문에 구두개입 의존 지적도
여기에 환율 변동성 확대와 향후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EPU 상승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6년 1월 이후 국제금융·외환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은 6.6원으로 전달(5.3원)보다 1.3원 커졌다. 같은 기간 변동률은 0.36%에서 0.45%로 확대됐다.
그간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달러 공급과 선물환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 각종 안정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며 원화 약세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환율 불안이 쉽게 진정되지 않으면서 정책 효과를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도 커졌다.
실제 지난해 연말 정부 개입 이후 환율은 143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상승 흐름을 타면서 지난달 중순께 1480원선을 넘보는 수준까지 치솟았고, 같은 달 말에는 1420~1430원까지 떨어지며 변동 폭을 키웠다.
특히 정책 대응보다 고위 당국자들의 ‘구두 개입’을 통한 시장 안정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실질적 외환 수급 여건 개선 보다는 말로서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자유시장연구원장은 “구두 개입 만으로는 환율 상승 압력을 근본적으로 낮추기 어렵고,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외환 수급을 안정시키는 실질적 정책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며 “환율 변동성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선제적이고 일관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동산 규제 신호 강화…거래 위축·시장 불확실성 확대
환율 불안에 더해, 이재명 정부의 다주택자를 향한 강도 높은 압박과 세제 메시지 등이 시장에 규제 강화 우려를 높인 점 또한 시장 불확실성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한 달간 국무회의 등 공식 회의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재확인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매물 출회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신 교수는 “환율 불안과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이어지면 가계와 기업의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소비·투자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대외 통상 리스크 관리와 함께 국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확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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