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층간소음은 이제 단순한 이웃 간의 갈등을 넘어 ‘사회적 질병’으로 불린다. 천장을 울리는 아이들의 뛰는 소리, 새벽마다 들리는 가구 끄는 소리에 고통받던 피해자들이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 중 하나가 바로 ‘보복 스피커(우퍼 스피커)’다.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대응이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뒤바꾸는 ‘역고소’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법원, “보복 소음은 명백한 스토킹이자 폭행”
최근 법원은 층간소음에 항의하기 위해 천장에 스피커를 달아 저주 섞인 말이나 기괴한 소음을 송출한 아래층 거주자에게 실형 또는 무거운 벌금형을 잇달아 선고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벼운 경범죄 정도로 치부됐으나, 이제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추세다.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명확하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어 상대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특히 우퍼 스피커를 이용해 고의로 벽을 울리는 행위는 사람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음향 에너지를 이용한 ‘물리적 폭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항의도 법대로?”… 정당방위 인정 안 되는 이유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수개월간 소음에 시달리다 못해 선택한 자구책인데 왜 나만 처벌받느냐”는 항변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자구행위’나 ‘정당방위’ 성립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본다.
법률 전문가들은 “우리 법은 사적 복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소음의 원인 제공자가 위층이라 할지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똑같은 소음으로 응징하는 것은 ‘공격적 행위’이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즉, 상대의 잘못이 나의 불법 행위를 정당화해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역고소 당하면 배상금까지…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보복 스피커로 인해 역고소를 당할 경우, 형사 처벌(벌금형 등)에 그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보복 소음으로 인해 위층 주민이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이사를 하게 된 경우, 아래층 주민이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대 이사비와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층간소음 피해자가 졸지에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가해자가 되는 셈이다.
실제 판례를 살펴보면 보복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잣대는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대전지법은 우퍼 스피커를 설치해 수개월간 소음을 낸 부부에게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에게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합법적인 대응책은 없는 걸까?
정부와 전문가들은 감정적 대응 대신 객관적 증거 확보와 공식 기관의 중재를 권고한다. 물론 이러한 법적 절차가 시일이 오래 걸리고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러나 ‘홧김에’ 설치한 보복 스피커가 결국 내 집을 범죄 현장으로 만들고, 나를 전과자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웃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 말이 옛말이 된 시대, 법과 상식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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