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권성동·윤영호 유죄로 드러난 ‘정교유착 게이트’

[서울=뉴시스] 장한지 홍연우 이수정 이소헌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명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날 청탁의 물꼬를 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자금을 동원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도 실형이 선고되면서 종교 단체의 민원이 정치권 실세를 거쳐 대통령 영부인에게 닿은 구체적인 경로가 사법부의 판단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 여사에게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의원과 윤 전 본부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종교 단체(자금 지원) → 정치인(가교 역할) → 대통령 배우자(영향력 행사)’로 이어지는 권력형 비리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이날 판결에 따르면, 청탁의 시작은 대통령 선거 국면인 202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전 본부장은 63빌딩 내 식당에서 권성동 의원을 만나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돕겠다”며 현금 1억원의 정치자금을 건넸다.

권 의원은 이 돈을 받은 대가로 통일교 행사에 윤석열 당시 후보의 참석을 주선하는 등 사실상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권 의원이 헌법상 청렴 의무를 저버리고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금권(金權)의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려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목적도 훼손시키는 행위”라며 “금품 수수 이후 피고인은 윤영호를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과 면담시켜 주고, 직접 통일교의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실제로 윤영호의 부탁을 들어 통일교의 영향력 확대를 도와줬다”고 판단했다.

권 의원을 통해 형성된 유착 관계는 정부 출범 이후 김 여사에게로 확장됐다는 것이 이날 판결의 내용이다.

윤 전 본부장은 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전달책으로 세워 김 여사에게 직접적인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정부가 통일교의 각종 프로젝트와 행사에 예산을 지원해달라”는 취지였다.

전씨는 2022년 7월 5일 롯데호텔에서 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같은 달 29일 워커힐 호텔에서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에 대한 대가라는 것을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는 2022년 7월 15일 윤 전 본부장과의 통화에서 “아주 늘 그렇게 해 주셨던 것처럼 좀 힘이 되어 주시면, 저희가 여러 가지로 지금 많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경제적으로나 문화, 여러 가지가…”라고 언급한 것이 유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경제적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은 피고인에게 청탁의 실현을 위하여 알선 의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따라서 이러한 인식과 의사 하에 샤넬 가방 등을 교부받은 것은 알선의 명목으로 수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는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해 사치품을 수수하고 허위 진술을 지시한 점을 질타하며 김 여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윤영호가 전성배를 통해 피고인에게 한 청탁은 금품을 결부시키지 아니하고도 입안이 검토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러한 청탁과 결부돼 공여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이를 가지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말처럼, 굳이 값비싼 재물을 두르지 않더라도 검소하게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며 “또한 피고인은 금품의 수수 관련하여 금품의 전달에 관여한 주변인들에게 허위 진술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양형 사유를 덧붙였다.

권 의원 변호인단은 선고 후 “1심 유죄 판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법리 면이나 사실 판단도 모두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거 법칙에 어긋난다”며 “즉시 항소해 항소심에서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 측은 “재판부의 엄중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저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zy@newsis.com, hong15@newsis.com, crystal@newsis.com, hon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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