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할 경우 개입하겠다고 시사하자, 이란이 오판하지 말라며 경고에 나섰다.
1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분명히 밝히건대,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점령지(이스라엘)와 모든 미군 기지 및 함선은 우리의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출신이다.
이란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이날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국민의 우려를 해결하는 건 우리 책임이지만, 폭도 집단이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 건 (정부의) 더 큰 책임”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부추겼다며 “폭도 집단은 인간이 아니다. 이 나라 출신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이란 검찰총장도 전날 성명을 내 모든 시위대를 ‘모하레브'(신의 적)으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 방침을 밝혔다. 이란 법에 따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혐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아마 그 어느 때보다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며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검토 중이다. 다만 개입에 관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스라엘도 이란 상황을 주지하며 군사적 대응을 저울질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FT에 이스라엘 당국이 이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해 사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선 리알화 가치 폭락을 계기로 경제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촉발해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위는 지난달 27일 수도 테헤란 상인들로 시작돼 대학가로 번졌으며, 곧 다른 도시들로 확산했다.
노르웨이 기반 이란 인권 단체 IHR은 이날 시위 발발 후 시위대 최소 192명이 살해됐다며, 2000명 넘게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이 8일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위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구금 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당시 시위 탄압으로 300명 넘게 사망했다.
엘리 게란마예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 이란 연구원은 FT에 “전례 없는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이란 중추 역할을 해온 사회 계층이 저항하면서 아래로부터 유기적 압력이 발생해 더 큰 규모로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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