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중학생이 14%, 구체적으로 계획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3%에 달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이 수치는 ‘설마’로 넘기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위기 신호를 온라인에서 직접 찾아내 신고하며 생명을 붙잡는 활동가가 있다. SNS 자살예방감시단 단장 유규진 씨다.
지난달 29일 SNS 자살예방감시단 유규민 단장은 TV뉴시스에 출연해 “최근 4주간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약 50명의 자살시도자를 발견해 신고했다”며 “이 중 상당수는 SNS에 남긴 글과 영상 속에 위기 신호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23년 전이다. 초기에는 온라인 공간에서 위기 신호가 비교적 노골적으로 드러났지만, 지금은 플랫폼의 변화와 단속 강화로 흔적이 더 은밀해졌다. 실제로 ‘자살’이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여행’ 등 우회적 문구를 사용하는 방식이 늘면서 자살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유 단장은 “오늘도 한 아이가 아파트에서 투신하겠다고 마지막 생을 준비하는 암시를 발견했다”며 “해당 게시물에는 ‘먼 여행을 떠난다’는 표현이 있었다. 먼 여행을 떠난다는 건 해외여행일 수도 있고 유학일 수도 있지만, 그 내용만 보고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한다. 유 단장은 “과거에는 성인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청소년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또래보다 나이가 많은 이용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도 관찰된다”고 전했다.
위기 발견 이후의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자살시도자가 지금까지 올렸던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 가능한 빠르게 관련 정보를 취합해 경찰에 전달한다”며 “플랫폼·지역·시간대 단서를 종합해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고는 구조 가능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위기 예방의 핵심으로 주변의 신호 인지와 즉각적인 연결을 꼽는다. 유 단장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미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한다”며 “그 신호를 놓치지 않고 부모·교사·전문기관과 바로 연결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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