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불가리아)=AP/뉴시스] 김재영 기자 = 불가리아는 새해 첫날 27개국 유럽연합(EU) 내 유로 단일통화권 유로존의 21번 째 멤버가 된다.
1989년 옛 소련 붕괴 후 불가리아는 2004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고 2007년 유럽연합에 합류했다.
2026년 1월의 유로존 합류는 불가리아의 역사적 이정표이지만 국내 정치 불안정과 물가 급등 상황에서 유로존 합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상당하다.
현 통화 레브에서 유로로 전환하는 것을 옛 소련 스타일 경제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체제로 바꾸면서 이룬 대업적 중 하나라고 칭찬하는 국민도 많다.
이들은 유로존 합류로 불가리아의 대외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보다 잘 사는 서구를 향한 자체 동력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부패가 만연해 있고 정부와 당국에 대한 신뢰가 낮은 국가에서 이 변화에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상인들이 이를 기회로 가격을 올릴 수 있으며 이로 해서 인플레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가리아 인플레는 유로존 평균치 2.1%보다 훨씬 높은 3.7%로 다시 높아진 상태다.
앞서 지난 3월 EU 유로바로미터 여론조사에서 1017명의 응답자 중 53%가 유로존 합류를 반대했다. 찬성은 45%였다. 이어 10월 9일~11월 3일 행해진 후속 여론조사에서 약 절반이 반대하고 42%가 찬성했다. 3월 조사의 표본오차는 플러스마이너스 3.1%포인트이다.
불가리아 정부는 올 초 인플레를 2.7%로 내려뜨려 유로 채택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얼마 안 돼 정치적 혼돈이 불가리아를 덮쳤다. 1년도 집권하지 않은 정부가 부패 항의 시위 속에 퇴진했다.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EU 지원금 사용안도 마련되지 못했으며 구조 개혁의 계획들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5년 기간에 8번 째가 될 총선이 내년 봄 치러질 예정이다.
인구 640만 명의 불가리아는 EU 27개 회원국 중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평균 임금이 월 1300유로(1530달러, 185만 원)이다.
EU에 가입하면서 회원국들은 유로 사용의 유로존 합류를 약속한다. 그러나 합류는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폴란드 같은 경우는 2004년에 EU에 가입했지만 유로존 합류 없이 높은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불가리아 내 친 러시아 세력과 민족주의 성향 세력은 유로 합류가 은행 계좌 몰수로 이어진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며 사람들의 불안감을 조성했다. 더 가난해지고 국가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가리아는 이미 1999년부터 1 레브를 51유로로 못 박는 고정환율제를 법으로 규정해서 유로 채택의 경제적 충격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한 달 동안은 레브와 유로가 현금 지불에서 같이 허용된다. 그러나 거스름돈은 오로지 유로로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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