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수빈 인턴 기자 = 전신 마비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살아가는 중국 남성이 스마트 농장 제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적을 선보였다.
지난 18일 CCTV 등 중국 현지 매체에는 중국 충칭 량장신구에서 진행성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리샤(36)의 사연이 전해졌다.
‘진행성 근이영양증’은 유전적 원인으로 신체의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고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전신마비로 병상에 누운 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살아가는 그는 손가락 하나와 발가락 하나로 스마트 농장과 중환자 치료 공간을 구축했다.
리씨는 질환으로 인해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이후 공부에 매진했다.
그는 여러 과목 가운데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에 매료돼 25세에 온라인 포럼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했다.
리씨는 “여동생 책으로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며 “그 책에 나오는 모든 개념이 흥미를 끌었다. 매 학기 새 컴퓨터 교과서를 손꼽아 기다렸고, 결국 컴퓨터를 갖고 싶어졌다”고 회상했다.
나이가 들면서 병세는 악화됐다. 리씨는 걷지 못하게 됐고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졌다.
이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갇힌 느낌이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2021년 초 그는 무토양 재배를 알게 됐다.
그는 이때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현대 농업을 결합해 지식을 현실로 옮기겠다는 과감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리씨는 손가락 하나와 발가락 하나로 가상 키보드를 조작해 농장 전체를 위한 완벽한 스마트 제어 시스템을 완성했다.
리씨가 못하는 작업은 어머니인 우디메이가 도맡았다.
평범한 농촌 여성이었던 그녀는 점차 납땜·배선·장비 유지보수를 해내는 ‘기술자’가 됐다.
여동생과 지역 농업인들도 힘을 보태 대형 마트 납품이 성사됐고, 리씨의 농장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리씨는 “앞으로 (기존 품목 외에) 방울토마토·청경채 등 품목을 넓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지 매체는 “운명은 그의 몸을 침대에 묶었지만, 사유의 자유까지 가둘 수는 없었다”며 “어머니의 헌신, 여동생의 지지, 이웃의 도움은 한 농장을 키웠고, 한 생명에 다시 숨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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