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 박준 기자 =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이 뇌세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시냅스(synapse)가 만들어질 때 슬릿트랙(Slitrk) 단백질이 뇌의 위치와 주변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시냅스의 기능을 세밀하게 조절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29일 DGIST에 따르면 이 연구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조현병·자폐증 같은 뇌질환 치료 연구에도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개의 뇌세포(뉴런)가 있다. 이들은 100조개가 넘는 시냅스로 서로 연결돼 있다.
이 연결들이 정확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하고 기억하고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과학자들은 어떤 분자들이 이런 정확한 연결을 만들어내는지를 명확히 알지 못했다.
연구단은 2013년부터 꾸준히 연구해 온 슬릿트랙 단백질에 주목했다.
슬릿트랙 단백질은 서로 비슷한 6종의 형제 단백질로 이뤄져 있으며 기존에는 대부분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슬릿트랙1과 슬릿트랙2가 정말 같은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최첨단 뇌과학 연구기법을 접목해 생쥐의 뇌에서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를 대상으로 슬릿트랙1과 슬릿트랙2 유전자를 각각 없앤 뒤 시냅스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두 단백질은 뇌 속 위치와 연결되는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냅스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즉, 단백질이 항상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따라 역할을 바꾸며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난치성 뇌질환이 왜 생기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진은 실제 조현병 환자에게서 발견된 슬릿트랙2 유전자 이상이 동물실험에서도 특정 시냅스의 기능 이상을 똑같이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자폐, 조현병, 강박증 등 다양한 뇌질환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시냅스 관련 유전자 변화가 어떻게 뇌 기능 이상으로 이어지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결과다.
고재원 교수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라도 각자의 역할과 개성이 다르듯 뇌 속 단백질도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발휘하며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조율한다는 새로운 원리를 밝혀낸 연구”라며 “이번 발견은 특정 신경회로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뇌질환의 원인을 이해하고 문제가 생긴 시냅스만을 표적으로 하는 정밀 치료 전략 개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 김동욱·김진후 박사, 김병찬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DGIST 뇌과학과 엄지원 교수, 한국뇌연구원 이계주 박사, KAIST 의과학대학원 손창호 교수, 벨기에 르벤(Leuven) 대학 요리스 데 윗(Joris de Wit) 교수 연구진이 공동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12월18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리더연구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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