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의 망제르 광장에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현지 시간) 수천 명이 몰려들어 오랜만에 찾아온 성탄 분위기를 만끽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자취를 감췄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는 이날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요르단강 서안지구 각 도시와 마을을 대표하는 스카우트들은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행진했다.
기독교이들이 예수가 태어난 곳으로 믿는 베들레헴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이어진 지난 2년간 성탄절 행사를 취소해왔다. 그동안 망제르 광장에는 가자지구의 참상을 상징하듯 잔해와 철조망에 둘러싸인 아기 예수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성지의 가톨릭 최고 지도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은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으로 이어지는 전통 행렬을 통해 올해 성탄절 행사의 막을 열며 “빛으로 가득 찬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AP통신은 휴전 이후 성탄 분위기가 일부 되살아났지만,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전반에 미친 전쟁의 여파는 여전히 크다고 전했다. 특히 베들레헴의 경우 주민의 약 80%가 관광 산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심각하다. 실제 빈곤과 실업으로 약 4000명이 일자리를 찾아 베들레헴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의 대다수는 지역 주민이었고, 외국인은 소수에 그쳤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관광객이 서서히 돌아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온 방문객 모나 리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무엇을 겪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하고 싶어 이곳에 왔다”며 “사람들이 매우 힘든 시간을 지나왔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마스는 매우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상징한다”며 “가혹한 현실을 겪는 가장 연약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가자지구 휴전이 시작됐지만 서안지구 전반의 긴장은 여전히 높다. 이스라엘군은 무장 세력 단속을 명분으로 잦은 급습 작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스라엘 정착민에 의한 팔레스타인인 공격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은 1967년 중동전쟁에서 서안지구를 점령했다.
한편 이스라엘 관광부는 12월 말까지 약 13만 명의 관광객이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 가운데 4만 명은 기독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팬데믹 이전 관광 호황기였던 2019년에는 크리스마스 한 주 동안에만 15만 명의 기독교 관광객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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