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처분 판단에 이사회 판 바뀐다…고려아연 美 제련소 투자 촉각

[지디넷코리아]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 계획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적법성 논란으로 확전되면서 법원 판단을 앞두고 양측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영풍 측이 지난 16일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사건을 심리 중이다. 재판부는 지난 19일 심문기일을 열고 양측 주장을 들었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이 오는 26일로 예정된 만큼 재판부는 이르면 이날, 늦어도 24일 안에 결론을 낼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상 필요를 넘어 지배력 강화를 위한 편법”이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절차”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미국 제련소 건립 계획과 함께 합작법인 크루서블 JV를 대상으로 한 2조8천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크루서블 측이 고려아연 지분 10.59%를 확보하게 되고,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의결권 지분은 최대 45.5%까지 늘어 영풍·MBK 측(43.4%)을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풍·MBK는 제련소 건설 자체에 반대한다기보다, 제3자배정 신주 발행이 상법상 요구되는 ‘경영상 목적’ 요건을 충족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최종 계약이 불발되더라도 투자 주체가 지분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가 있는지 등도 문제 삼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가처분 결과가 내년 정기 주주총회(이사회 진입 경쟁)와 맞물리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처분이 인용돼 신주 발행이 중단되면 영풍·MBK는 우호 지분 확대를 통한 방어를 차단했다는 명분을 확보하면서 주총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돼 신주 발행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최 회장 측이 지분·의결권 구도에서 우위를 강화하면서, 영풍·MBK 추가 이사 선임 시도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영풍·MBK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영풍·MBK는 일부 이사의 임기 만료에 따른 선임 절차를 계기로 내년 주총 이후 이사회 구도를 9대 6 또는 8대 7 수준으로 재편한다는 구상을 세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신규 이사 진입 문턱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양측은 자금 조달 구조를 두고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영풍·MBK는 “실질적으로 차입 부담이 큰 구조”라는 취지로 공격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참여로 알려진 공급망 프로젝트로, 전략적 투자자와 정책금융이 결합된 모델”이라는 논리로 방어하는 구도다.

정부는 공급망 관점에서 미국 제련소 건립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으나, 국내 법적 절차가 프로젝트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제련소 계획이 한국의 핵심광물 공급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미국 제련소 투자’가 국내 지배구조 분쟁의 핵심 카드로 부상한 만큼 당분간 여론전과 법정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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