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평론가 출신 FBI 부국장, 음모론-정부 좌충우돌 끝 사임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강성 보수 평론가 출신 미국 연방수사국(FBI) 2인자 댄 본지노 부국장이 사의를 밝혔다.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등을 둘러싸고 정부·보수층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던 여파로 보인다.

본지노 부국장은 17일(현지 시간)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1월 FBI 직책을 떠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팸 본디 법무장관, 캐시 파텔 FBI 국장에게 감사를 전했다.

인사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댄은 훌륭한 일을 해냈다. 그는 자신의 방송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밝히자 곧바로 X를 통해 이를 확인한 것이다.

익명의 소식통 2명에 따르면 본지노 부국장은 이미 1주일여 전 부국장 직무를 마치고 워싱턴DC FBI 본부를 떠났으며, 공식 근무 종료일이 1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본지노 부국장이 각종 음모론을 주장하는 강성 보수층과 이와 거리를 두려는 연방정부 사이에서 좌충우돌한 끝에 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NN은 “그는 8개월간 상관인 본디 법무장관과의 충돌, 그리고 자신이 과거 주장했던 각종 음모론을 수습하는 데 시달린 끝에 물러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파일 공개를 둘러싸고 FBI와 법무부가 충돌했던 것이 도화선이 됐다는 추측이 나온다.

엡스타인은 2019년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본지노 부국장을 비롯한 강성 보수층은 민주당 고위 인사 연루·엡스타인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인 지난 7월 법무부가 ‘엡스타인 명단이라는 것은 없으며, 타살 증거도 없다’고 발표하자 강성 보수층은 격분했다.

본지노 부국장도 엡스타인 관련 자료를 최대한 공개할 것을 주장했으나, 본디 장관이 FBI 지휘부를 불러 직접 추궁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본지노 부국장은 “나는 더 이상 내 주장을 말하는 것이 아닌, 납세자를 위해 일하며 증거에 입각해 급여를 받는다”며 음모론과 거리를 두면서 보수층에서도 공격받았다.

본지노 부국장 사임 이후 FBI 실무는 미주리주 법무장관을 지낸 앤드루 베일리 공동 부국장이 이끌어갈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비밀경호국 경찰 출신 보수 정치평론가 본지노를 FBI 부국장에 임명했다. 국방장관 비서실장 출신 파텔 국장과 함께 FBI와 무관한 인사로만 지휘부를 구성한 것이다.

WP는 “파텔과 본지노는 FBI 자원을 이민 단속 임무로 전환해 숙련된 법 집행 요원으로 구성된 FBI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으며, 국가안보·부패 수사 분야 베테랑들을 밀어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나 그는 FBI에 합류했음에도 자신이 팟캐스트에서 퍼뜨렸던 주장들을 입증해내지 못하면서, 많은 우파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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