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고려아연이 미국과 공동 투자 방식으로 핵심광물 제련소 건설에 나서며 글로벌 자원 공급망 재편의 중심으로 진입할 태세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 공급 구조를 재편하려는 미국 전략에 한국 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사례다. 이는 단순히 해외 투자를 넘어 통상·안보·산업 전략이 맞물린 상징적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합작법인(JV) 지분 참여와 보조금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실보다 득이 많다는 반응이다.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 등 한국 정부도 고려아연의 이 같은 한미 합작 투자가 양국 희귀광물 공급망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美 핵심광물 전략에 고려아연 직접 참여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협력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핵심광물 제련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10조원으로, 아연과 연, 은 등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한 제련 역량을 미국 내에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은 배터리와 반도체, 방산 산업 전반에서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국가 전략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이런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 정부가 이 투자에 특히 주목하는 배경에는 고려아연의 기술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다금속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을 갖고 있다. 원료 조달부터 정제, 회수까지 통합 운영이 가능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이 단기간에 전략광물의 공급망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동맹국 파트너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미 양국의 통상 및 안보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미국은 핵심광물을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자국 내 생산과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설립은 이같은 전략에 부합하는 동시에,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 속에서 관세와 통상 규제 리스크도 구조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 측이 합작법인(JV)을 통해 일정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여서 양국의 정책적 신뢰를 제도화하는 측면도 강하다. 미국 측이 고려아연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공급망 안정성과 정책 연속성을 담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도 긍정적이다.
보조금 지원과 연계한 사업구조 역시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제련소·자원순환 연계로 ‘글로벌 시너지’
고려아연은 이번 미국 투자로 사업 구조 전환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수출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전략 자산을 현지에 보유한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들어설 현지 제련소는 기존 비철금속·자원순환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중장기 성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고려아연의 전진기지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의 미국 현지 자원순환 거점인 페달포인트와 연계해 전자폐기물과 폐배터리 등 이차원료 처리 역량도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원료 조달부터 제련·판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북미 전역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련소는 아연과 연, 동은 물론 금과 은,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 생산을 목표로 하며, 상당수가 미국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돼 정책적 중요성도 크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와 국내 온산제련소 간의 상호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역할도 확대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과의 협력으로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며 “이번 제련소 프로젝트야말로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날 미디어 간담회에서 “고려아연 공장 설립은 지난 8월 업무협약(MOU)를 통해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해당 투자가 한국 입장에서도 희토류와 희귀 광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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