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양도 등 영토 문제에서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국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문제에서는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 관계자는 “전체 쟁점의 90%를 합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디언, CNN,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와 함께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영토 문제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했다”며 “솔직히 말하면, 현재로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베를린에서 미국 측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종전안 협상을 벌인 뒤 이같이 말한 것이다.
키이우인디펜던트가 AFP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에 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을 러시아에 내줄 것을 계속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도네츠크 철수 지역을 ‘비무장 자유경제지대’로 만들자는 미국 제안도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거부한 상태다.
그는 다만 “쉽지는 않았지만 생산적 회담이었다”며 “나의 입장을 (미국) 동료들이 분명히 들었다고 믿는다. 직접 입장을 전달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협상에서는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관련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측 관계자는 “합의가 90% 정도 진전됐다”며 “키이우와 유럽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나토 조약 5조에 준하는’ 안보 보장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미국과 1차 협상 후 ‘서방 동맹국 수준의 확실한 보장’이 이뤄질 경우 나토 가입 추진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날 협상에서 안보 보장 방안이 어느 정도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측 관계자는 “합의가 성사될 경우 전쟁 재발을 막을 매우 강력한 안전장치가 포함돼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가디언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향후 이러한 안보 보장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납득시키려면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국 측 위트코프 특사·쿠슈너는 이날 유럽 주요 정상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만찬에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핀란드·노르웨이·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 정상, 나토·유럽연합(EU) 수장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단 협상 경과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베를린에 전화를 걸어 젤렌스키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역시 이날 중으로 협상 내용을 전달받을 전망이다.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는 필요시 곧바로 모스크바로 이동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나토 군사력 후퇴와 돈바스 즉시 양도를 고수하는 러시아가 이 같은 협상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한 미국 측 관계자는 CNN에 “영토 문제 등 최종적 주권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당사국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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