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코스피 상장사인 영풍제지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일당이 첫 재판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다만 시세조종이 현재 도피 중인 주범의 지시에 따라 행해진 것이어서 ‘범행 가담 정도’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영풍제지의 주가 상승이 100% 시세조종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당우증)는 19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 등 9명과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정모씨 등 2명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주가조작 조직의 총책 이모씨는 도피한 상태다.
윤씨 등 9명은 주범 이모씨의 지시를 받고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10여개의 계좌를 동원해 코스피 상장사인 영풍제지 주식을 총 3만8875회(3597만주 상당) 시세조종해 278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 등 2명은 현재 지명수배 중인 주범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 윤씨 등은 주가조작 사실은 인정하지만, 범죄 가담 정도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 측 변호인은 “영풍제지 주식에 대해서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이 사건 이전에 다른 주식 관련 일을 한 적이 없는 주식 문외한인데, 처남(주범 이씨)의 부탁을 받고 구체적인 사정은 모른 채 주식을 매수·매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직원별 역할의 지정, 매수와 매도 시기의 결정, 수량의 처분 등은 이씨와 금융전문가의 지시에 따라서 이뤄졌다”며 “범행 가담 정도가 소극적이었고, 시세조종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제시한 278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도 전부 시세조종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코스피 지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골판지 업계가 호황을 누리는 등 영풍제지 주가 상승 배경에는 주식시장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다.
윤씨 측 변호인은 “영풍제지 주가 상승이 100%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거래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부당이득도 재산정돼야 한다”며 “코스피 지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영풍제지 무상증자, 골판지 업계 전반적 호황 등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공범 신모씨 측 변호인도 “범행 가담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면서도 “이씨(주범)의 지시에 따라 증권계좌 개설해서 일부 계좌에 대해서만 매수·매도했다. 작은 심부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공범 김모씨 측 변호인도 “이씨(주범)의 지시를 받고 주식을 매입했다. 적극적으로 가담한 바가 없다”고 했다. 범인 도피를 도왔다는 혐의를 받는 정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해 7월 이상 주가 흐름을 인지한 금융당국이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17일 영풍제지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윤씨 등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영풍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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