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이는 말
30대 여기자가 덜컥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합니다. 대회는 11월 2일, 격주로 준비 과정을 전해드립니다. 넉넉한 시간은 아니지만 [신현정의 일단 뛰어]는 30대 여기자가 반년 동안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는 과정을 전달합니다. 무모할 수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끝까지 해보겠습니다. 될 때까지 뛰는 겁니다.
◇뛰는 게 주저되는 ‘런테기’…기록 강박을 내려놓다
풀코스 대회를 앞두고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목표가 완주에서 어느새 시간 기록으로 바뀌면서, 저도 모르게 욕심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4시간 안에 충분히 완주할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며 그동안 쌓아온 노력을 인정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목표 기록에 대한 압박도 세졌습니다.
빌드업(1km당 평균 페이스를 줄여나가는 방식) 훈련을 위해 나서려는데 문 앞을 한참 동안 망설였습니다. 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하기 싫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어찌어찌 1km는 6분 30초, 2km는 6분 20초대로 달린 뒤 3km 지점을 지나려는데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달리기가 말 그대로 싫어졌습니다.
‘저번 대회보다 더 빠른 기록을 내려면 페이스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지?’, ‘왜 속도를 내서 달려야 하지?’ 고민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러너가 한 번씩 겪는다는 ‘런테기’였습니다.
‘런테기’를 겪고 있는 신현정 기자개인 기록 경신을 위해 최대 심박수에 이르도록 뛰고 있는 주변 러너들과 달리 뛰는 데 흥미를 잃어버린 듯한 표정이다.개인 기록 경신을 위해 최대 심박수에 이르도록 뛰고 있는 주변 러너들과 달리 뛰는 데 흥미를 잃어버린 듯한 표정이다.결국 빌드업 훈련은 도중에 멈추고 느리게라도 달리기 위해 무작정 한강공원으로 나갔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길 위에서 함께 러닝 클래스를 듣는 동료를 만났고, 함께 달리기로 했습니다.
시계에 뜨는 페이스는 신경 쓰지 않기로 다짐하고, 대회가 임박해지면서 들기 시작했던 고민을 하나둘씩 털어놓으며 달렸는데, 8km가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러닝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한 직장 동료와도 함께 달려봤습니다. 서로 발걸음을 맞추고 수다를 나누다 보니 15km, 1시간 30분 동안의 달리기가 짧게 느껴졌습니다.
매번 자신의 PB(최단 기록)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은 덕이었습니다. 때론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달리기 자체를 즐기며 ‘런테기’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 직전 챙겨가야 할 필수 아이템은?…‘레디샷’ 둘러보기
풀코스 레이스는 짧게는 3시간 이내, 길게는 5~6시간까지 이어집니다. 대회장에 나서는 마라토너의 짐은 한가득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일교차가 큰 요즘 날씨에는 체온 관리가 필수인 만큼, 챙겨야 할 물품은 더 늘어납니다.
최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춘천마라톤 10km 부문에 참가했습니다. 대회 당일이었던 10월 26일 춘천의 최저기온은 8도, 최고기온은 14도로 쌀쌀한 날씨였습니다.
외투를 비롯해 개인 소지품을 물품보관소에 맡기고 나면 반소매 혹은 민소매 차림으로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 이때 바람을 막아주고 체온을 유지해 준 일회용 우비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출발 직전 길가에 버리면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해가는데, 환경을 위한다면 일회용 우비 대신 평소에 잘 입지 않는 옷을 챙겨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회 시작 직전까지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일회용 우비출발 시간 전까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우비를 입은 채 몸을 풀고 있는 모습(위). 출발 직전 입고 있던 우비나 헌옷을 길가에 두면 주최 측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해간다(아래).출발 시간 전까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우비를 입은 채 몸을 풀고 있는 모습(위). 출발 직전 입고 있던 우비나 헌옷을 길가에 두면 주최 측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해간다(아래).장거리 달리기 도중 에너지를 충전해 줄 에너지젤과 체내 전해질 손실을 메꿔줄 포도당 사탕 등도 필수입니다. 몸 상태에 따라 다리에 올라올 쥐를 방지하기 위한 ‘크램픽스’도 권장됩니다.
대부분 마라톤 대회가 이른 아침에 시작하다 보니, 시력 보호를 위한 경량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러너도 많습니다.
이 밖에도 대회가 끝나고 난 뒤 고생한 두 발을 편안하게 해줄 슬리퍼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겉옷도 챙겨야 합니다.
이렇게 필요한 물품들까지 모두 챙겼다면, 러너들은 대회에 나서기 전 치르는 일종의 의식이 있습니다.
대회 당일 입을 복장과 챙겨갈 물품을 한데 모아 사진으로 남기는데, 이를 ‘레디샷’이라고 합니다. 응원하러 온 가족이나 지인들이 수많은 러너 속 특정 러너를 쉽게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JTBC 서울 마라톤에 참가하는 신 기자의 ‘레디샷’기록 측정을 위한 배번과 레이스 중간 영양분을 보충해줄 에너지젤과 소금사탕을 여러 개 챙길 예정이다.기록 측정을 위한 배번과 레이스 중간 영양분을 보충해줄 에너지젤과 소금사탕을 여러 개 챙길 예정이다.레디샷까지 마치니 완주에 대한 긴장감이 또 한 번 올라옵니다. 다음 주 [일단뛰어] 마지막 연재에서는 풀코스 완주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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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hyunspirit@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