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은퇴식에 50홈런-150타점 대기록…삼성 디아즈 “스페셜한 날”

[대구=뉴시스]김희준 기자 =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끝판대장’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대기록을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날, 삼성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또 다른 역사의 발자취를 남겼다.

디아즈는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최종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1회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0-0으로 맞선 1회말 1사 1, 3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디아즈는 KIA 선발 김태형을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작렬했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시속 152㎞ 가운데 높은 직구를 노려쳐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 홈런으로 시즌 타점 수를 156개로 늘린 디아즈는 시즌 50홈런을 채우면서 KBO리그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에 50홈런과 15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외국인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50홈런을 달성한 디아즈에 앞서 이승엽(1999년 54개·2003년 56개)과 심정수(2003년 53개), 박병호(2014년 52개·2015년 53개) 등 3명만이 단일 시즌 50홈런을 날렸는데 150타점까지 동시에 기록한 타자는 없었다.

디아즈가 올 시즌 신기록을 세우기 전 KBO리그 최다 타점 기록은 박병호가 2015년 기록한 146개였다.

디아즈의 홈런으로 경기 초반 기선을 제압한 삼성은 KIA를 5-0으로 꺾고 정규시즌 4위를 확정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레전드 오승환의 은퇴식 날 삼성의 가을야구 확정과 디아즈의 대기록 수립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의미를 더했다.

경기를 마친 뒤 디아즈는 “시즌 시작 전부터 열심히 달려왔고,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동시에 사상 최초 50홈런-150타점이라는 역사도 썼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이자 오승환의 은퇴 경기에서 50홈런을 채우고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모두 이루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던 디아즈는 “현실이 돼 너무 좋다. 정말 스페셜한 날”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승환은 삼성이 5-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고, KIA는 예우 차원에서 오승환과 함께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최형우를 대타로 내세웠다.

대기록을 세운 후 그 장면을 바라보는 디아즈의 가슴도 벅찼다.

디아즈는 “오승환 선수, 최형우 선수가 모두 레전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장면을 봤을 때 같은 그라운드에 서 있다는 사실 자체로 특별했다”며 “나중에 자식이 생기면 이야기해주고 싶을 만큼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50홈런’은 디아즈가 대단하다 여기며 동경하던 기록이었다.

사실 시즌 초반 디아즈가 50홈런-150타점까지 닿을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그는 4월 한때 시즌 타율이 0.190까지 떨어지며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부진을 딛고 일어난 디아즈는 매서운 홈런 페이스를 자랑하더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디아즈는 “야구장에서 전광판을 보는데 어떤 선수의 홈런 숫자에 ’50’이 써 있으면 ‘진짜 많다’,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야구장에서 직접 보는 것 뿐 아니라 중계를 통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그런 숫자의 홈런을 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나도 언젠가 50홈런을 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늘이 그날”이라며 기뻐했다.

디아즈는 “시즌 초반에 좋지 않았던 순간이 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눈에 보이면 다 치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는 계속 유지하려 했고, 꾸준히 성적이 나왔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역대 최초 50홈런-150타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디아즈는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 쪽으로 기울던 최우수선수(MVP)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디아즈는 “MVP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즌이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싹 다 해놨다”고 은근슬쩍 욕심을 내비쳤다.

삼성과 한화의 정규시즌 맞대결은 막을 내렸지만,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디아즈와 폰세가 투타 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그러면 정말 좋을 것”이라며 웃어보인 디아즈는 “폰세가 나에게 ‘나를 상대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이야기하더라. 나도 상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좋은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분좋게 대기록을 쓴 디아즈의 시선은 가을야구를 향한다.

디아즈는 “지난해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는데 우승하지 못했다. 지난해 하지 못해서 올해 꼭 하고 싶다”며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우승만 바라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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