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해외서 잘 나가는데"…한국선 시들, 왜?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오리지널 의약품과 임상적 효능은 유사하나 저가에 공급되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해외에서와 달리 국내에선 힘을 크게 못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30일 발간된 지식재산연구 저널(Journal of Intellectual Property)에 국내 바이오시밀러 사용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 게재됐다.

보고서에서 연구진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중 항 TNF-α 바이오의약품(휴미라, 레미케이드)을 중심으로 분석했더니,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인 ‘휴미라’ 점유율은 90% 이상을 유지했고, ‘레미케이드’ 역시 2016~2022년 점유율 60%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임상적 효능은 차이 없으나 오리지널 대비 저가에 공급돼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을 낮춘다”며 “하지만 한국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유럽·미국에서 이룬 성과에 비해 내수 시장 점유율은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특허, 지원 정책, 인식 부족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유럽 및 미국에서의 특허 소송 분석 결과, 유럽보다 미국에서 휴미라·레미케이드는 다양한 특허를 3배 이상 출원해 두터운 특허장벽을 구축했다.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맞춰 특허 침해소송 등을 제기하는 양상도 보였다. 이는 이들의 바이오시밀러가 유럽보다 미국에서 2년 이상 늦게 시장에 출시된 이유가 됐다는 설명이다.

또 바이오시밀러 출시 후 유럽 및 미국에서 휴미라와 레미케이드의 시장점유율을 조사했더니, 미국보다 유럽에서 단기간(3년 이하)에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유럽은 다른 나라보다 먼저 바이오시밀러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승인한 지역이다. 의사의 처방 관련된 제도적 장치, 바이오시밀러의 상호 교환성에 의한 교체 처방의 활성화, 대체 조제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 등 바이오시밀러 지원 정책이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3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약가 제도를 개선해 환자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작년 기준 휴미라와 레미케이드, 이들의 바이오시밀러 간 약가 차이는 10∼15% 차이에 불과해 유럽에 비해 바이오시밀러의 가격(휴미라의 약 60%, 레미케이드의 약 50%) 경쟁력이 높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럽의 참조가격제를 벤치마킹해 보급률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며 “유럽은 화학구조, 약리작용, 적응증 등이 유사한 약품들을 엮어서 하나의 참조가격군을 설정한 후 해당 군에 속한 모든 약들에 약값에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참조가격)을 의료보험이 보상하고, 환자가 참조가격보다 높은 가격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 환자가 차액을 부담하는 제도를 통해 환자가 저가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의사에 대해서도 의약품 저가 구매에 대한 장려금 등 바이오시밀러 처방 동기를 높이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바이오시밀러의 생물학적 동등성, 안전성, 임상에서의 사용 경험 등에 대한 확실한 데이터가 공개되고 홍보도 필요하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일부 진료과 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바이오시밀러 처방 경험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5%만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 설문조사 결과인 83%보다 떨어졌다.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지 않은 이유로는 ‘제품의 효과,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려워서’가 35.6% 였다.

보고서는 “국내 의사에게 아직 바이오시밀러의 효과·안전성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료기관 측면에선 바이오시밀러로 처방할 경우 오리지널 이외에 바이오시밀러까지 구비해야 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바이오시밀러 입찰제를 통해 공동 구매해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가격이면 오리지널을 선호하게 돼있다”며 “의사가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더라도 환자가 약효에 의심을 품으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노시보(nocebo)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 인식 개선을 위해 가격 인하 폭을 확대하고 안전성·효능을 이해시킬 여러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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