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 자재인 레미콘 생산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이르면 4월 중순부터는 일부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건설·건자재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건설 현장 전반에 영향이 확산하고 있다.
나프타는 아파트 내장재와 단열재, 스티로폼(EPS), 우레탄 등 주요 건자재의 원료인 폴리우레탄과 폴리스티렌 생산에 필수적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러한 건자재들의 가격이 급등해 건설현장의 공사비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공사 비용 상승과 공사 지연 가능성을 조합에 통보하기 시작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힐스테이트 메디알레)에 공문을 보내, 유가·환율 상승과 운송비 증가,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자재 협력사가 4월부터 페인트·PVC-플라스틱·단열재·방수재·도배지·아크릴·시트지 등 주요 자잿값을 10~40% 인상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또 현대건설은 “전쟁 장기화에 따라 공급 중단이 지속될 경우 준공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공문에서 설명했다.
구조물의 뼈대가 되는 레미콘 타설 현장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나프타 수급 불안이 레미콘의 핵심 원료인 ‘혼화제’ 생산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화제는 나프타로 만드는 ‘에틸렌’이 주성분이다. 에틸렌 공급이 끊겨 혼화제 생산이 중단되면 레미콘 생산 역시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현재 레미콘 업계는 혼화제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이달 중순부터는 레미콘 출하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재고가 있어서 영향을 받는 것은 없지만 4월 중순부터는 규모가 작은 업체들부터 출하를 못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해당 회사들이 납품하는 현장부터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업계 내부에서는 5월부터는 아마 대부분의 업체가 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며 “정부에서 열심히 확보를 하려고 노력한다고는 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다.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주요 건설사들은 자재 수급 지연에 따른 공기 연장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사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재 납품이 어려워지면 전체 공기가 밀리지 않도록 다른 공정에 간섭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공정 스케줄을 조정하며 버틴다”며, “그 방법까지 동원한 뒤에도 자재가 들어오지 않으면 결국 공사는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재 납품업체 입장에서 대형 건설사들은 주요 고객이라 그나마 배려를 받을 수 있지만 중견이나 중소업체들은 사정이 달라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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