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고홍주 박정영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유가·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수준과 함께 배달라이더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올해 심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최임위는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로, 노동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최임위에 다음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90일 이내에 심의에 돌입하게 된다.
◆노동장관, ‘도급근로자 적용’ 첫 요청…”건별 임금, 시간 환산 어떻게?”
이번 심의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다. 김 장관은 심의 요청서에서 “최저임금을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도급제(또는 유사 형태) 임금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도급근로자란 일의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는 사람을 뜻한다. 배달라이더나 택배기사,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계약 형식 상 ‘위탁’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근로자처럼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법상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근로자’로 인정돼야 하기 때문에 이들 상당수는 최저임금, 연차휴가, 해고 제한, 근로시간 규제, 노동조합 결성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노동계는 지난 2024년 최임위(2025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 때부터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다만 노사 이견 차와 관련 자료 미비 등으로 실제 적용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노동부에 대상, 규모, 수입 및 근로조건 등 실태를 조사해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올해 심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특고·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상반기 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김 장관의 심의 요청에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도급제·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생계기준인 최저임금이 전면 보장되고, 이들이 노동법의 보호영역 안으로 포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그동안 도급제 노동자들이 근로자성 논란과 제도적 공백 속에서 최저임금을 보호를 받지 못했는데, 같은 노동을 하고도 임금의 최저 기준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무 제공의 실질에 따라 최저임금이 적용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용자 책임 회피를 차단할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도급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임금근로자와 유사한 처지에 놓이고도 보호받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시급을 기준으로 하는데, 도급근로는 건당 보수 체계이기 때문에 노동시간 산정 자체가 쉽지 않다”며 “결국 최저임금을 선정하는 방식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인상률, ‘IMF 제외’ 역대 정부 첫 해 가장 낮은 인상…올해는?
또 다른 주요 쟁점은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 대비 2.9%(290원) 인상됐다. 이는 국제금융기구(IMF) 외환위기 여파로 2.7% 인상에 그쳤던 김대중 정부의 첫 해(1998년 심의)을 제외하고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을 보면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이었다.
노동계는 이미 고강도 인상 요구를 예고한 상태다. 한국노총은 2026년 임금인상요구율을 7.3%로, 민주노총은 8.0%로 제시했다. 실제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임금인상요구율이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노동계의 요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반면 경영계는 중동 전쟁 사태에 따른 고유가와 경기 둔화 등 소상공인 부담 요인을 내세우면서 최저시급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요구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길 한국 ILO협회 회장은 “정권 교체 후 처음 구성된 최임위이고, (사실상) 첫 논의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때처럼 높은 인상 기조를 택할지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교수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잘 감안해, 실물경제에서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 기반을 무너뜨리는 악재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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