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생시민권 대법 변론 방청…위기감에 이례적 행보(종합)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연방대법원의 출생시민권 폐지 관련 소송 변론을 방청석에서 앉아 한 시간 가량 지켜봤다. 현직 대통령의 대법원 재판 참석은 처음인데, 행정부가 패소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이례적 행보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도 발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상당수 대법관들은 출생시민권 판례를 뒤집어야 한다는 행정부 주장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미 워싱턴DC 대법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의 구두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미국 땅에서 태어나는 모든 이들을 계속해서 미국 시민권으로 인정할지를 결정하는 이번 재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더 크게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예고한대로 이날 오전 9시40분께 대법원 입구에 도착해 법정에 자리했다. 대법원 역사학회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의 대법원 구두변론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미국 행정부 수반이 사법재판에 참석한 모습이 연출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언을 하거나 재판에 절차에 개입하는 극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피고석에 앉지 못하고, 일반 방청석 맨 앞열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한시간 가량 재판을 지켜만 보다가 피고 변론이 시작하자, 13분 가량뒤 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등 현안을 제쳐두고 재판 관람에 시간을 할애한 것은 반(反)이민 정책의 핵심조치 중 하나인 출생시민권 폐지가 취소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연방대법원은 6대3 보수 우위 구도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 상호관세 등 조치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법원을 찾아 대법관들을 압박한 모양새다. 재판 방청 이후에는 소셜미디어(SNS)에 “우리는 출생시민권을 허용할만큼 어리석은 세계 유일의 나라다”고 적었다.

소송의 핵심은 수정헌법 제14조 해석이다. 해당 조항은 ‘미국에서 출생하고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사람은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기존 판례는 부모의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거의 모든 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1898년에 이뤄진 기존 판례가 오늘날 불법 이민 상황을 직접 다루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흑인 노예와 자녀들의 시민권을 보장하려고 채택된 것이지, 불법 체류자나 임시 체류자의 자녀의 권리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대다수 대법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제한 시도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은 평가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관할권을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행정부측 변론에 “매우 기이하게 보인다”며 일부 사례에 대한 관할권 제한을 불법이민자 전체로 확대해석하려는 논리에 의구심을 표했다.

또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브렛 케버노 대법관도 행정부 주장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행정부 주장에 공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대법관들은 출생시민권 유지를 주장하는 피고측에도 비판적인 질문을 던져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NYT는 분석했다.

한편 이날 전설적인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도 방청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니로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에 “(트럼프는)판세를 자기 뜻대로 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며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 3명을 포함해 일부가 유리한 판결을 내리도록 위협하려고 했다면, 감히 말하건데 그것은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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