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단종앓이’ 속…’비운의 부부’ 단종·정순왕후 570년 만의 재회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전국적으로 이른바 ‘단종앓이’가 확산하는 가운데, 570년 전 비극으로 갈라진 단종과 정순왕후가 봄꽃으로 재회한다. 정순왕후의 능에서 채취한 들꽃이 영월 장릉 단종의 곁에 심어지며 스크린 속 애틋한 서사가 실제 역사 현장으로 이어진다.

국가유산청은 오는 11일 영월 장릉에서 ‘500년의 그리움, 꽃으로 피어나다’ 행사를 열고 고유제를 지낸 뒤 남양주 사릉에서 가져온 들꽃을 장릉 정령송 주변에 심을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참석해 고유제를 지내고, 단종과 정순왕후를 기리는 상징적 재회의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식재를 넘어 단종과 정순왕후의 서사를 문화유산 현장에서 현재의 풍경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단종은 1457년 영월에서 17세에 생을 마감했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가 숙부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 끝에 죽음을 맞은 그의 비극은 오랜 세월 문학과 공연, 영상 콘텐츠를 통해 반복적으로 소환돼 왔다.

정순왕후 역시 단종 복위 운동이 발각된 뒤 동대문 밖 정업원(조선 초부터 왕실과 비빈들이 이용하거나 출가한 비구니 사찰)에서 여생을 보내며 남편을 그리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이러한 단종의 비극적 서사가 다시 조명되면서, 영월 장릉과 청령포를 찾는 발길도 급증했다.

영월군에 따르면 지난해 장릉과 유배지 청령포의 연간 총 관람객은 26만3327명이었지만, 올해는 3개월 만에 약 70% 수준인 18만2389명(장릉 7만2714명, 청령포 10만9675명)이 찾았다.

2월 영화 개봉 이후 증가세는 두드러졌다. 1월 방문객은 장릉 2959명, 청령포 546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월에는 장릉 2만6578명, 청령포 3만8223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각각 811%, 694% 증가한 수치다.

3월에도 증가세는 이어져 장릉은 지난해 4240명에서 올해 4만2981명으로, 청령포는 7343명에서 6만5574명으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영월군 관계자는 “사실상 비성수기인데 올해는 이 기간에 지난 해 전체 방문객의 절반 이상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남양주 사릉 관람객도 지난 1월 477명에서 영화 개봉 후인 2월엔 2352명, 3월엔 7121명으로 급증했다.

문화 콘텐츠가 역사적 인물을 환기시키고, 그 관심이 실제 문화유산 방문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행사가 단종 서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문화유산 향유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o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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