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 지도부 의사 결정 능력 결여…협상에 어려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정부가 분열되면서 의사 결정 조율 능력이 약화돼 미국과 휴전 협상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4주가 지난 현재까지 이란 지도부와 보좌관 수십 명이 숨졌다. 생존자들은 감청을 우려해 통화하길 꺼리고 있으며 직접 대면 회동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란의 안보·군사 기관은 계속 기능하고 있지만, 새로운 전략이나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의 능력은 약해졌다.

미 정부는 이란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며 신속한 합의를 압박해왔다. 그러나 이란 정부의 의사 결정이 무력해질수록 미국과 협상하거나 중대한 양보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새 지도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이란 협상 대표는 자국 정부가 무엇을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 정확히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할 수 있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내 강경파가 종교 지도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누군가가 나서서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 인물이 다른 당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전혀 불분명하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이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충분히 커질 때 합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란이 아직 패배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전현직 미 당국자들로부터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0일 합의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전쟁을 확대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미군이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을 점령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의 취약해진 통신 체계로 인해 생존한 정부 지도자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통화와 메시지가 감청될 것을 우려하는 때문에 통화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대부분의 국가안보 지도부를 살해한 지도부 단지 타격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이 공격으로 미국이 더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던 하급 당국자들 일부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본인도 인터뷰에서 이란 지도부 후보군이 사망했다고 언급했다.

공격으로 안보·군사·민간 정책 입안자들 사이의 많은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

새로운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정부에 대해 얼마나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그가 전쟁 중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정보 당국자들은 하메네이가 허수아비에 가까우며, 생존한 혁명수비대 지도부가 실질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 군 고위 당국자는 이란의 지휘·통제 체계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심각하게 약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과 정보기관의 고위 당국자들은 이란이 전쟁 전에 분산형 통제 체계를 구축해 각 지역 지휘관들이 독자적으로 타격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군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그 지역 지휘관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란은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과 같이 상당한 규모의 반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이란의 보복 공격 규모와 효과는 상당히 위축돼 있다.

전 미 당국자들은 이란 지도부가 대거 제거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어망을 압도할 수 있는 대규모 미사일 집중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고 각 지역 사령부가 서로 조율하지 못한 채 개별적으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는 이란 지도부로부터 오는 엇갈린 메시지에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는 지난 26일 소셜미디어에 “이란 협상단이 매우 ‘이상하고’ ‘낯설다’. 그들은 우리에게 합의를 ‘애원’하고 있는데, 군사적으로 완전히 궤멸돼 재기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도 공개적으로는 우리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말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는 29일에는 새 이란 지도부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정권 교체로 본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30일에는 현 이란 정부에 대해 낙관적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에너지 시설과 민간 기반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전쟁을 확대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조만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된다면 이란의 발전소, 유전, 담수화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말했다.

정보 평가 보고를 받은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불만이 현 이란 정부가 미국의 평화 제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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