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구자열에 반대표”…국민연금, ‘거수기’에서 ‘매서운 집사’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건물[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상장사 절반 가량이 주주총회를 연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를 맞아, 지난 26일 국민연금이 주요 대기업 총수의 이사 선임안에 잇따라 반대표를 던지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과거 경영진 안건에 우호적이던 ‘거수기’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총수라도 예외 없다”…구자열·조원태 등에 제동

국민연금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구자열 LS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습니다.

구 회장에 대해서는 과도한 겸직 등으로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점을, 조 회장에 대해서는 기업 결합 과정에서의 재무 부담과 주주 가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계 총수에 대해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시장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입니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지주 주총에서도 진옥동 회장 사내 이사 선임 건에 반대하며, 기업 가치 훼손과 주주 권리 침해 이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78기 정기 주주총회 발언(서울=연합뉴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5 [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서울=연합뉴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5 [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자사주 소각 여부에도 ‘엄격’… 주주환원 정책 점검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뿐 아니라 기업의 자금 운용 방식에도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주주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따져보며 일부 안건에 대해 반대 또는 비판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셀트리온 등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도 주주환원 정책의 실효성과 자사주 활용의 적절성을 면밀히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이익이 주주에게 적절히 환원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입장입니다.

◇ ‘스튜어드십 코드’ 본격화…시장 영향 주목

국민연금의 변화는 국민의 집사 역할을 하라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강화된 주주권 행사 기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가입자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주 권익 개선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매서운 집사’ 역할을 강화하면서, 상장사들이 보다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 “기업도 달라진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며 “단순히 주주환원 확대 요구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이사회 독립성 강화, 경영진 보수 체계 합리화 등 기본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을 모니터링 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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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DK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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