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점포 없어요”…서초 국제전자상가, ‘덕질’이 이끈 ‘상권의 기적'[출동! 인턴]

[서울=뉴시스]김수빈 인턴 기자 = “오, 나왔다.”

25일 오후 2시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제전자센터(국전) 9층.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캡슐 장난감 뽑기 기계인 ‘가챠’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남 거제에서 이곳을 찾은 김다은(26)씨는 녹색 캡슐을 열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김씨는 “친구와 닮은 캐릭터가 있어 홀린 듯 뽑게 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과거 콘솔 게임의 메카로 불리던 국제전자센터가 최근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이른바 ‘오타쿠 투어’의 필수 코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9층 전체를 가득 채운 가챠 기계와 경품 추첨 방식인 ‘쿠지’ 매장에는 데이트 중인 연인부터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40대 부모,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는 외국인들까지 저마다의 취향을 소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방문객들이 국전을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온라인 쇼핑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보는 재미’와 ‘편의성’이다.

일행 두 명과 함께 방문한 김호섭(27·인천 남동구 논현동)씨는 “셋이 각각 도라에몽, 스티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팬”이라며 “용산이나 홍대에 비해 매장들이 밀집해 있어 가격 비교가 훨씬 수월하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 김동혁(21)씨 역시 “실물을 직접 보고 고르는 즐거움 때문에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기준 용산역 인근 집합상가 공실률이 37.7%에 달하는 반면, 국전이 위치한 남부터미널 인근은 6.9%에 불과했다. 상가 내 부동산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는 사실상 빈 점포가 없다”며 “피규어와 뽑기 매장이 대거 입점하며 상권이 완전히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승원 하비파크 직원은 “2~3년 전부터 공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과거에는 게임기 위주였으나 현재는 피규어와 가챠 중심으로 품목이 다양해졌고, 학생 고객의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소유욕’과 ‘트렌드’의 결합으로 분석한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굿즈를 소비하는 이유에 대해 “콘텐츠를 즐겁게 소비했다면 이를 실제 상품 형태로 소유하고 싶은 욕구 또한 존재할 것”이라며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소비 트렌드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브컬처 시장’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매장이 입점한 AK플라자 홍대점의 경우 2021년 277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4년 837억 원으로 3년 만에 약 3배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팬덤이 향후 유통업계의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o459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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