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다르다”…’비단뱀’에서 부작용 없는 비만 치료 열쇠 찾았다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비단뱀의 독특한 식습관에서 착안해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번에 많은 먹이를 삼킨 뒤 오랜 기간 굶는 비단뱀의 대사 방식이 사람의 식욕 조절에도 응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미얀마비단뱀의 혈액을 분석해 식사 직후 급격히 증가하는 ‘pTOS’라는 대사물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물질은 비단뱀의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것으로, 인간의 체내에서도 소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비단뱀은 먹이를 섭취한 뒤 몇 시간 사이 심장이 약 25% 커지고, 대사 속도가 최대 4000배까지 증가한다. 이후 별다른 부작용 없이 최대 12~18개월 동안 먹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다.

연구진이 pTOS를 비만 실험쥐에 투여한 결과, 쥐들은 섭취량이 눈에 띄게 줄었고 28일 만에 체중이 약 9% 감소했다. 다만 에너지 소비나 장기 크기에는 큰 변화가 없어, 해당 물질이 주로 식욕 조절에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pTOS는 기존 비만 치료제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점이 주목된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약물은 위에서 음식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유지시키지만, 이 과정에서 메스꺼움이나 복통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pTOS는 뇌의 시상하부에 직접 작용해 식욕 자체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pTOS가 인체에도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인 만큼 비교적 안전한 치료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게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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