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섭의 AI 진테제] 중국 ‘가재’ 열풍이 뜻하는 것

[지디넷코리아]

지난 17일 미국 엔비디아(NVIDIA)가 개최한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6’ 무대에서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단언했다. “이것은 확실히 다음 챗GPT)This is definitely the next ChatGPT) 입니다.”

그가 가리킨 것은 오스트리아 개발자 한 명이 만든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인 ‘오픈클로(OpenClaw)’였다. 황 CEO는 이것을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라 부르며, “모든 기업이 오픈클로 전략을 가져야 합니다”고까지 말했다.

빨간 바닷가재를 아이콘으로 쓰는 이 프로젝트를 설치하고 학습시키는 과정이 마치 가재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해 중국에서는 ‘양하(养虾, 가재 키우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지금, 이 가재 한 마리가 중국의 클라우드 시장과 메신저 생태계, AI 모델 경쟁을 동시에 재편하고 있다.

천 명의 줄, 17개 도시 순회, 그리고 토큰 폭증

지난 3월 6일, 중국 선전 텐센트 본사 앞에 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줄을 섰다. 맥북을 안은 개발자부터 초등학생까지, 이들이 기다린 것은 오픈클로의 무료 설치 지원이었다. 텐센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월 14일, 텐센트 클라우드는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 등 전국 17개 도시를 순회하는 40일간의 무료 설치 투어를 발표했다. 예약 없이 노트북만 들고 오면 설치부터 환경 설정, 사용 교육, 삭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했다.

‘오픈클로’가 기존 챗봇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대화’가 아니라 ‘실행’을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컴퓨터에 직접 설치돼 파일을 읽고, 이메일을 보내고, 코드를 작성하고, 브라우저를 조작한다. 메신저로 지시하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AI 직원처럼 작동한다.

이 차이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파장이 핵심이다. 챗봇의 한 번 대화가 수백~수천 토큰(AI가 처리하는 텍스트 단위)을 소비하는 반면, 에이전트는 작업 한 건에 수만~수십만 토큰을 태운다. 간단한 자료 조사에 700만 토큰, 크롤러 테스트 한 번에 2900만 토큰이 소비된다는 보고도 있다. 한 달 본격적으로 쓰면 약 1억 토큰, 비용으로 약 130만 원 수준이다. 클라우드 업체들이 앞다퉈 오픈클로 전용 배포 서비스를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토큰 소비의 구조적 폭증이자, 새로운 수익 모델의 출현이다.

안광섭 세종대 겸임교수

2개월 만에 바이두를 넘어선 미니맥스

이 토큰 폭증의 수혜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 미니맥스(MiniMax)다. 미니맥스는 올해 1월 9일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공모가 165홍콩달러, 상장 첫날 109% 급등. 그런데 진짜 드라마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3월 10일, 미니맥스 시가총액이 3826억 홍콩달러(약 490억 달러)에 도달하며 바이두(3322억 홍콩달러)를 추월했다. 바이두의 연간 매출은 미니맥스의 239배에 달하는데도 말이다. 이카이(Yicai)에 따르면, 이 주가 급등의 직접적 촉매는 오픈클로 열풍이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분석이 배경을 보여준다. 미니맥스의 연간환산매출(ARR, Annual Recurring Revenue)은 2025년 12월에서 2026년 2월 사이 불과 2개월 만에 1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급등했다. M2 시리즈 모델의 일일 토큰 소비량은 같은 기간 6배 이상 증가했고, 토큰당 추론 비용은 50% 이상 하락했다. 에이전트 수요가 직접적으로 매출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미니맥스는 2월 25일 오픈클로 프레임워크 기반의 클라우드 에이전트 맥스클로(MaxClaw)를 출시했다. 서버 설정 없이 원클릭으로 배포되며, 20만 토큰 이상의 장기 기억 기능을 내장했다. 에이전트를 ‘설치하는 것’에서 ‘구독하는 것’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텐센트 클라우드, 알리 클라우드, 바이두 스마트 클라우드, 화산엔진(火山引擎, 바이트댄스 계열)까지 경쟁적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오픈소스가 뚫은 위챗의 벽

토큰 경제만큼 흥미로운 것이 메신저 생태계의 변화다. 2025년 12월, 바이트댄스가 더우바오(豆包) 폰 어시스턴트를 출시했을 때, 위챗은 48시간 만에 해당 에이전트 사용자를 강제 로그아웃시켰다. 같은 중국 기업의 에이전트도 차단한 것이다. 그런데 3개월 뒤 오픈클로가 등장하자 반응은 정반대였다.

텐센트는 오픈클로와 호환되는 업무용 에이전트 ‘워크버디(WorkBuddy)’를 선보이고, 개인용 ‘큐클로(QClaw)’를 테스트하며, AI 전용 보안 샌드박스까지 도입했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위챗 모멘트에 “자체 개발 랍스터, 클라우드 랍스터, 기업용 랍스터 등 다양한 제품이 곧 등장할 것입니다”라고 예고했다. 차이의 원인은 명확하다. 오픈클로는 특정 기업의 제품이 아니라 오픈소스 커뮤니티 프로젝트다. 어떤 기업도 ‘우리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만큼, 어떤 기업도 배제할 명분이 없다. 결과적으로 위챗 중심의 단일 메시징 생태계에 QQ, 페이수(飞书), 딩톡(钉钉)이 ‘에이전트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 경쟁의 기준이 ‘사용자 수’에서 ‘에이전트 호환성’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가격 구조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세계 최대 LLM API 집계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 데이터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플랫폼 상위 10개 모델의 총 토큰 소비량 중 61%가 중국 모델이었다. 미니맥스 M2.5의 입력 토큰 비용은 100만 토큰당 0.3달러다. 미국 주요 모델의 5~15달러와 비교하면 16배 이상 차이가 난다. 코딩 벤치마크(SWE-Bench Verified) 기준 성능 차이는 1%포인트 미만이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 캐피탈 a16z의 파트너 마틴 카사도(Martin Casado)는 “오픈소스 모델을 사용하는 스타트업 중 80% 확률로 중국 모델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수백 번 API를 호출하는 시대에, 1회 호출 비용이 아니라 누적 비용이 모델 선택을 결정한다. 미국의 대중(對中) GPU 수출 제한이 역설적으로 중국 기업들을 경량 아키텍처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가 에이전트 시대의 가격 경쟁력으로 돌아온 셈이다.

한국에는 왜 ‘가재’가 없는가

필자가 이 현상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대중 참여의 밀도’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의 본질은 기업의 AI 투자가 아니다. 텐센트 본사 앞에 줄을 선 천 명은 퇴직한 엔지니어, 주부, 학생, AI 애호가 등으로 각자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개인들이었다.

올해 전인대에서 한 원사(院士, 최고 과학자)는 “지금 모든 사람이 매우 조급한 상태다. 가재를 키우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까지 언급했다. 선전시 룽강구는 오픈클로 기업에 컴퓨팅 자원과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푸톈구는 이미 오픈클로를 민원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물론 과열의 징후도 뚜렷하다. 중국 당국인 공업정보화부(MIIT)는 두 차례 보안 경고를 발령했고, 공개 인터넷에 노출된 오픈클로 인스턴스가 40만 개를 넘어섰다. 소셜 미디어에는 유료 설치 대행에 이어 ‘유료 삭제 대행’까지 등장했다.

필자 경험에서 보면, 기술 확산 속도는 기술 완성도가 아니라 대중 참여의 밀도가 결정한다. 한국은 기업의 AI 도입률 70%라는 수치를 자랑하지만, 그것은 조직 내부의 지표일 뿐이다. 카카오톡이 에이전트 인터페이스로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 한국의 클라우드 인프라가 에이전트의 토큰 폭증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한국 AI 모델의 에이전트 호환성과 가격 경쟁력은 어떤 수준인지 등의 질문이 제기된다.

이 세 가지 질문에 한국은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AI가 산업을 재편하는 속도는 기업의 도입률이 아니라, 대중이 얼마나 빨리 직접 써보고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중국의 가재 열풍은 이 사실을 매우 선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KBMA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저술한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