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 모즈타바 선출 과정, 강경·온건파 대립 ‘이란판 왕좌의 게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헌법상 후계자를 선출하는 전문가 회의에서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이하 모즈타바·56)가 선출됐다고 발표된 것은 8일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 1주일간 이어진 최고지도자 선출을 둘러싼 싸움은 혁명수비대(IRGC)와 온건파간의 대립으로 전개됐으며 음모, 권력과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모즈타바 선출을 발표한 지 또 다시 1주일 가량이 지났지만 그의 육성이나 모습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강경파의 입장이 반영된 12일 발표된 첫 성명은 공영 방송을 통해 한 여성이 대독하는 형식으로 공개됐다.

그는 부상을 입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러시아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쿠웨이트 언론의 보도도 나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그의 생사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하메네이 사망 후 전개된 두 왕조의 경쟁…“부친 자연사했다면 모즈타바 선출 안됐을 것”

하메네이 사망 후 35년간 이란의 최고지도자였던 하메네이와 이란 혁명의 아버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두 왕조의 경쟁이 펼쳐졌다.

호메이니와 하메네이에 이어 지상에서 신을 대변하고 정치와 군대에 대한 권위를 행사할 세 번째 최고지도자를 찾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속에 종신 임명직 후계자 선출은 신정체제의 존속에도 시험대가 됐다.

NYT는 은둔 생활을 하던 모즈타바의 선출은 내부 숙의와 권력 다툼, 그리고 경쟁 관계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모즈타바는 아버지가 자연사했다면 후계자로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메네이가 측근들에게 자신 유고시 제시한 후계자 후보 세 명에 모즈타바는 없었다.

◆ 화상회의와 밀봉 투표 등을 통한 선출

3일 88명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는 화상으로 비밀회의를 열어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최고지도자가 선출되는 절차를 시작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쿰에 있는 전문가 회의 본부를 폭격해 행정 직원 몇 명이 사망했다.

강경파는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내외부의 목소리에 맞서 저항하는 것을 택하고 정권의 연속성과 전임 하메네이의 정책을 더욱 강화하기를 원했다.

온건파는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통치 방식, 그리고 미국과의 적대 관계 종식을 주장했다. 모즈타바는 혁명수비대 등의 강경파를 등에 업고 있었다.

모즈타바에 대한 반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거졌다.

국가안보회의 의장이자 실질적인 통치자인 알리 라리자니가 온건하고 통합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며, 모즈타바는 분열을 조장하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건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여러 고위 관리 및 성직자들도 반대 의견에 동참했다.

온건파는 전 대통령 하산 로하니와 호메이니의 손자 하산 호메이니, 그리고 학자이자 법학자인 알리레자 아라피 등을 제시했다.

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분노가 온건파의 노력을 무산시켰다.

심각한 위기에서 나라를 구해낼 지도자보다는 자신들의 ‘순교 지도자’의 환생을 통해 죽음을 복수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더 컸다.

회의는 직접 만나 5,6회 총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보안상 이유로 취소됐다.

3일 1차 투표에서 모즈타바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혁명수비대 장군들이 주도권을 잡았음을 알렸다.

◆ 1차 투표 모즈타바 선출 후 다시 권력투쟁 재연

전문가 회의 1차 선출 결과 국영 언론에 4일 새벽 기도 시간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라리자니 의장이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이스라엘 카츠가 후계자를 제거하겠다고 위협한 상황에서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6일 이스라엘은 테헤란 도심 최고 지도자의 거처에 벙커 파괴용 폭탄을 투하했으나 모즈타바는 그곳에 없었다.

시간을 번 라리자니는 헌법상 직접 투표해야 한다며 화상 투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라리자니는 전쟁 첫날 공습으로 부상을 입고 회복 중이던 모즈타바가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으나 보안상 이유로 직접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1차 투표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는 회의에 참석했던 성직자들을 경악하게 하고 모즈타바의 집권을 압박하던 혁명수비대 장군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7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란이 걸프 국가들에 공격한 것을 사과하자 혁명수비대 장군들은 격분했다.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인 바히디 장군과 아지즈 자파리 장군은 전문가 회의를 즉시 소집해 최종 투표를 통해 하메네이를 새 지도자로 발표할 것을 압박했다.

◆ 다시 진행된 ‘밀랍 밀봉 투표’…88표 중 58표 득표

혁명수비대 전 정보국장인 타에브는 의회 의원 88명 전원에게 전화를 걸어 하메네이에게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하메네이의 아들에게 투표하는 것은 도덕적, 종교적, 이념적 의무라고 말했다.

8일 화상으로 다시 회의를 열어 온건파가 제기한 문제들을 논의했다. 일부는 하메네이가 제시한 3명의 후계자에 없었던 그의 아들 선출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성직자는 종이에 이름을 적고 그것을 봉투에 넣어 밀랍으로 봉했다. 그런 다음 전달자들이 투표용지를 직접 손으로 들고 투표 집계 및 유효성 검증을 담당하는 위원회에 전달했다.

하메네이는 88표 중 59표를 얻어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을 얻었지만 만장일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의 선출이 발표되자 모즈타바의 집권을 막으려 했던 사람들조차 축하와 충성 맹세를 쏟아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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