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뱅크시’는 51세 英 남성”…유력한 정체 드러났다

[서울=뉴시스]이지우 인턴 기자 = 영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유력한 정체가 드러났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틀 출신의 51세 남성 로빈 거닝엄이 ‘뱅크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길거리 예술가의 정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는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는 작품을 제작하면서 오랫동안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거닝엄은 2008년 영국에서 가장 흔한 남성 이름 중 하나인 ‘데이비드 존스’로 개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자 대중의 눈앞에 있으면서도 숨기 위해 흔한 이름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뱅크시의 정체가 거닝엄이라는 주장은 이미 2008년 영국 메일 온 선데이의 보도로 제기된 바 있다. 당시에는 이 설이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지만, 최근 법의학적 증거를 종합해 정체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정체를 취재한 기자들은 우크라이나 방문 기록, 현지 주민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2000년 뉴욕 경찰의 체포 보고서에 포함된 자필 서명 자백서 등을 분석해서 결론에 도달했다.

뱅크시 측 대변인은 논평 요청에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뱅크시의 변호사 마크 스티븐스는 성명을 통해 “의뢰인은 언급된 많은 세부 사항이 정확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정체에 대한 보도를 부정했다.

이어 스티븐스는 그의 정체에 대한 보도를 게재하지 않도록 요구했다. 그는 뱅크시가 익명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집요하고, 위협적이며, 극단적인 행동의 대상이 됐었다. 익명 혹은 가명으로 활동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치, 종교, 사회 정의 등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 창작자가 보복이나 검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의 정체를 조사했던 취재진 측은 “대중은 문화, 미술 산업과 국제 정치 담론에 지속적이고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의 정체와 경력을 이해하는 데 높은 관심이 있다”고 반박했다.

뱅크시는 1990년부터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며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판에 구멍을 뚫고 빈 공간을 색칠하는 스텐실 기법을 주로 활용했으며, 공공장소의 벽에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활동을 자주 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2018년에 그린 ‘Girl With Balloon’이 있다. 2018년 10월 이 작품이 거래될 당시, 뱅크시는 액자 안에 숨겨진 장치를 설치했다. 경매를 마친 직후 이 장치가 작동하여 그림이 자동으로 파쇄됐는데, 해당 퍼포먼스는 일부 매체로부터 해롭고 시장을 조롱한 행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오히려 매력을 어필하여 그림의 가치가 올랐다. 이 작품은 파쇄 이후 절반만 남은 상태에서 ‘Love Is in the Bin’라는 새 제목이 붙었고, 2021년 2540만 달러(약 379억원)로 판매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jw200080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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