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걸린 뒤 6년 후 사망”…7세 소년 덮친 ‘숨은 뇌 질환’

[서울=뉴시스]윤서진 인턴 기자 = 미국에서 홍역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백신 미접종 아동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새크라멘토 보건 당국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 100여 명이 홍역 감염 가능성이 있는 아동과 접촉했다며 발병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홍역 확산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홍역 확진자가 이미 1000명을 넘어섰으며, 유타주에서는 감염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최근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홍역 발병은 아베 마리아 대학교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역은 단순한 감염병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합병증을 남길 수 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아동 5명 중 1명은 입원이 필요하며, 완치된 뒤에도 수년 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오렌지 카운티 어린이 병원에서는 홍역에 감염됐던 7세 소년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 소년은 생후 7개월 때 홍역에 걸린 뒤 몇 년간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6세가 되면서 인지 기능 저하와 발작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결국 그가 아급성 경화성 전뇌염(SSPE)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SSPE는 홍역 감염 이후 수년이 지나 발생할 수 있는 희귀한 신경계 질환으로, 기억력 저하와 성격 변화로 시작해 근육 경련과 심각한 뇌 손상, 혼수 상태를 거쳐 대부분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질환의 증상은 보통 초기 감염 이후 6년에서 10년 사이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역 바이러스가 체내에 남아 있다가 변이를 일으켜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샤론 나크만 박사는 “홍역은 뇌 안에 머물면서 세포 수준에서 조용히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어릴 때 감염된 뒤 수년 후 갑자기 뇌 기능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SSPE는 홍역 환자 10만 명 중 4~11명에게 발생하지만, 감염 당시 5세 미만일 경우 위험이 10만 명당 18명까지 높아진다.

미국에서는 매년 4~5건 정도의 SSPE 사례만 보고됐지만, 홍역 확산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2242건의 홍역 사례가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93%는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불확실한 사람들이었다.

홍역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MMR 백신(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 접종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아동 예방접종률이 감소하면서 공중보건 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5학년도 미국 유치원생의 MMR 백신 접종률은 92.5%로, 발병 예방에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95% 기준보다 낮은 수준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mseoj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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