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걸프만 해역을 지나는 선박들이 이란 공격을 피하고자 ‘중국 선박’인 척 위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자 서방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국으로 국적을 바꿔 위협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해양교통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주 최소 10척의 선박이 트랜스폰더(위치 추적 장치)의 목적지 신호를 ‘중국인 선주’ ‘전원 중국인 선원’ ‘중국인 선원 승선’ 등으로 변경했다.
트랜스폰더는 주변 선박과 통신해 충돌을 방지하는 장치다. 선장이 관리하며 목적지 정보는 쉽게 수정할 수 있다. 신호를 바꾸는 선박은 컨테이너선부터 유조선까지 다양하고, 화물 적재 여부도 제각각이다.
대표적으로 ‘아이언 메이든’ 호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을 돌파해 오만 근처 해협에 도달할 때까지 신호를 ‘중국 선주’로 잠시 변경했다. ‘보가치니’ 연료 탱커선은 지난달 28일 ‘이슬람 튀르키예 선박’이라고 명칭을 변경해 해협을 통과했다.
일부 선박은 유도 무기를 교란시키기 위해 GPS 신호도 조작하고 있다. 이 경우 데이터플랫폼상 마치 서로 겹쳐 뭉쳐있는 것처럼 나타난다고 리서치기관 탱크트래커닷컴은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란이 근처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을 향해 군사 공격을 감행하며 나타나고 있다. 이란은 페르시아만 입구의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쿠웨이트까지 공격하고 있다. 로이드마켓협회에 따르면 현재 약 1000척, 총 가치 250억 달러(370여억원)에 달하는 선박이 페르시아만과 그 인근 해협에 발이 묶여 있다.
해운 데이터플랫폼 케플러 분석가 매튜 라이트는 “선박들은 사실상 (트랜스폰더의)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며 “선원들이 특정 항구, 목적지, 국적과 연관성을 숨기기 위해 일종의 기만술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3년 홍해에서 예맨 후티 반군이 상선들을 처음 공격할 때 기만술이 처음 등장했다”며 “이란 측이 중국 선박을 실제 차별 대우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공격 위험들을 줄이기 위해 무엇이든 시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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