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前수석 “헌재 재판관 임명 시나리오, 행정관 아이디어일 뿐”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거부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정진석 전 비서실장 등의 재판에서 당시 실무진이 작성한 ‘대응 전략 문건’의 성격을 두고 특검과 증인 사이의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와 정 전 실장,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의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지난 기일에 이어 홍철호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신문의 핵심은 2025년 3월경 작성된 소위 ‘정국 참고자료’의 작성 경위와 상부 보고 여부였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공개한 해당 문건에는 ‘민주당의 예상 시나리오’라며 ‘민주당의 궁극적 목적은 마은혁 임명과 문형배, 이미선 임기 연장을 통한 V(대통령) 탄핵 인용’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응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해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함께 담겨 있다.

특검은 홍 전 수석이 정무비서관실에 이 같은 대응 방안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한 전 총리와 정 전 실장 등에게 보고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에 대해 홍 전 수석은 당시 언론에서도 나오던 내용을 정리한 수준일 뿐이라며 지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한 전 총리에게 해당 문건을 보고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러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홍 전 수석은 “행정관이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위치가 아니다. (행정관이) 정리를 한 것일 뿐이지 민주당이 저러면 최소한의 저런 절차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라며 “저희가 몰랐던 것처럼 ‘아 그래? 기가 막힌 생각이다. 이렇게 해야되겠구나’ 하고 대통령실이 저 문제를 현실로 옮기자고 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최모 행정관은 증인이 정무비서관에게 정국 대응방안 아이디어를 물어봤다고 진술했는데, 어떤 경위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라고 지시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아이디어’라는 단어의 의미가 행정관의 생각 및 전망 수준인지, 아니면 실행을 전제한 기획인지에 따라 직권남용을 가르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홍 전 수석은 “내 기억엔 없지만 그렇게 진술했다면 당시 대통령실은 탄핵에 관해서 전전긍긍할 때니까 정국 어떻게 갈지에 대한 정리를 해보라고 한 것”이라며 “언론에서도 맨날 떠는 얘기다. 민주당이 이렇게 나오면 이쪽에선 이렇게 칠 거다, 이런 내용”이라고 답했다.

홍 전 수석은 특검의 “증인은 정무비서관에게 해당 문건 작성을 지시했느냐”, “증인은 한덕수 또는 정진석으로부터 정국 대응사항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 없다”고 답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박 전 장관의 압수된 수첩 내용도 공개됐다. 수첩에는 ‘계엄 정당성, 불가피성 이론 구성 필요’, ‘당 컨센서스(의견 일치) 필요’ 등 2024년 12월 4일 계엄 해제 직후 총리공관 회동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특검은 이를 근거로 당시 당·정·대가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압박했으나, 홍 전 수석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나온 발언들이었을 뿐,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전략적 회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변호인단은 특검이 별건 수사(증거인멸 사건)에서 얻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본 사건 증인신문에 활용하는 것을 두고 “증인의 현재 기억을 왜곡하는 유도신문”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재판부는 일단 절차를 진행하되, 해당 증거들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최종 판결문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오후 재판에는 문건을 직접 작성한 최 행정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문건의 작성 주체가 행정관 개인의 ‘아이디어’였는지, 아니면 수석실 차원의 ‘지시’였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이후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점 등을 고려 부작위에 의한 직무유기라고 판단하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한 전 총리에겐 대통령실 인사들과 함께 소통하며 제대로 된 인사 검증 없이 함상훈·이완규 후보자를 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혐의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이 혐의와 관련해 함께 재판을 받는다.

최 전 장관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방치하는 데 가담한 혐의와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지시 문건이나 당시 상황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수석과 이 전 비서관은 헌재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를 의도적으로 생략하거나 부실하게 진행해 인사정보관리단(법무부) 등의 정당한 검증 권한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정 전 실장은 이들의 부실 검증 및 임명 강행을 지휘하거나 승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z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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