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여파로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에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날 에너지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회의를 열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각 부서에 에너지의 안정 공급과 일본 기업 활동, 물가 영향 등을 적절히 파악해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남부와 오만 사이의 좁은 수로로 페르시아만을 오만만·아라비아해와 연결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의 원유·가스 수출선이 대부분 이곳을 지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항로로 꼽힌다.
일본의 중동 의존도는 높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도 원유 수입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95.9%에 달한다.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조달처 다변화를 모색해 왔지만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는 과정에서 중동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진 측면이 있다.

해협 봉쇄 여파는 해운과 기업 활동에도 번지고 있다.
일본 3대 해운사인 니혼유센(NYK), 상선미쓰이, 가와사키기선은 이란 사태 직후 호르무즈 해협 운항을 중단했다.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도 전날 페르시아만 주변에서 조달 계약을 맺고 있는 원유와 석유제품 출하에 일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경기 둔화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해 수요가 약해지면 원유를 포함한 상품 가격에는 하락 압력이 생기지만,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소비·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던 지난해 6월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유가가 115달러까지 뛸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5.5%, 유로존은 3.5%로 높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로 0.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서방뿐 아니라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이 경기 악화에 대비해 신속히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점도 스태그플레이션 대응이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충격이 즉각 일본 내 원유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동에서 일본까지는 유조선으로 20~25일가량 운송 시간이 걸려, 봉쇄 여파가 일본에 본격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다만 수송 정체가 장기화하면 석유 비축분 방출이 검토될 수 있다. 일본은 1973년 1차 오일쇼크 전후로 원유와 석유제품의 국가 비축과 민간 비축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비축량은 254일분이다.
원칙적으로는 석유 공급이 끊길 우려가 있을 때에 한해 방출이 허용된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비축 방출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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